“사역·학업·알바 삼중고 신학생 오세요”

입력 2024-12-04 03:06

신학대학교에서 진행되는 영성 집회가 학업과 사역 아르바이트 등 삼중고 속에서 지쳐가는 신학생들을 위로하는 ‘영적 충전소’가 되고 있다.

서울에 종일 폭설이 내린 지난달 28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 백주년기념관으로 향하는 길에도 흰 눈이 가득 내려앉았다. 이날 감신대 신학대학원 동아리 ‘하기모(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기도 모임)’는 ‘제5회 시내산기도회(사진)’를 진행하고 신학생들을 초청했다.

하기모 리더 유성엽(26) 전도사가 강당을 가득 메운 신학생을 향해 “(감신대)신학생들 가운데도 통성기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꽤 있다”고 했지만 이런 말이 무색하게 참석자들은 찬양에 맞춰 손뼉을 치며 큰 소리로 기도했다. 몇몇 신학생은 방언 기도까지 했다.

2년 전 신학생들의 기도 모임으로 시작된 하기모는 현재 점심·토요기도회를 비롯해 매 학기 시내산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유 전도사는 “오히려 신학생이 대학에서 신학을 배우며 방황하고 신앙이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오늘 같은 영적 집회가 지친 신학생들의 영적 갈급함을 재충전하는 은혜의 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학교에서 진행되는 영성 집회는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 사역자를 격려하는 역할도 한다. 같은 시간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에서는 ‘제6회 장신 한마음 기도의 밤’이 열렸다. 기도회에 참여한 전정민(31) 전도사는 “사역하다 보면 예배에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이 부족해지고 타성에 젖기 쉽다”며 “기도의 밤 같은 집회뿐 아니라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 정오마다 대학 미스바 광장에서 진행하는 기도회도 영적 긴장감을 유지하게 돕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총신대 음악선교단 헤세드도 ‘부르심에 합당한 자들이 되어’라는 주제로 찬양 집회를 드렸다. 대표 장소연(21)씨는 “찬양 사역을 하며 나의 사명이 무엇이었는지, 왜 사역자로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며 “하지만 찬양 집회를 통해 사역자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믿음을 고백할 수 있어 유익하다”고 했다.

신학생이 중심이 돼 진행하는 영성 집회는 목회 훈련장의 역할을 한다. 충남 천안 백석대 신학대학원은 지난 6월 ‘거룩한 방파제 대회’를 계기로 학생들이 주축이 된 동아리 연합체를 구성했다. 이 동아리 연합체는 예비 신입생을 대상으로 집중 전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점심시간마다 기도 모임을 열고 수업 후 캠퍼스 전도도 하고 있다. 동아리연합 회장 정제욱(41) 전도사는 “이런 활동이 신학생들에게 신학 수업과 함께 사역 현장에서 필수적인 영적인 성숙함과 공동체성을 키우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박윤서 김수연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