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장 외롭고 힘들었을 때 찬양으로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찬양하고 싶은데 못하는 사람들, 제대로 찬양을 부르고 싶은 이들을 위한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가석방된 지 한 달째가 된 정석현(가명·47)씨는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2일 서울 성동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정씨는 “제 꿈을 공유하면 누구나 ‘네가’라며 불가능하다고들 한다”면서도 “하지만 하나님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불가능했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주셨다. 의지하고 기도하다 보면 뭐든 되지 않겠냐”며 미소 지었다.
정씨는 과거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던 사업가였다. 사업을 확장하려던 욕심이 화근이었을까.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하면서 사업에 실패했고 결국 경제사범으로 이듬해 연말 기독교 민영 교도소인 소망교도소(소장 김영식)에 수감됐다.
가나안 성도였던 정씨가 신앙을 회복한 건 교도소에 들어간 직후였다. 예배를 안 드린 지 20여년이 훌쩍 지났지만 설교나 예배 전체적인 분위기는 익숙했다고 했다. 정씨는 “의무감으로 예배를 드리던 중 어느 수요 기도회에 참석했을 때였는데 ‘아무것도 두려워 말라’라는 찬양을 들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고 전했다.
그날의 눈물은 기도로 이어졌다. 동료들에게 의도적으로 배척됐다고 고백한 그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핍박을 극복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등의 기도 제목을 붙잡고 무작정 기도했다. 기도하며 묵묵히 6개월을 지낸 그는 “어느 날 주변의 시선이 달라진 걸 느꼈다”며 “기도의 응답이라고 생각하니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는 데 도달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IT 경력을 살려 소망교도소가 교정 교육의 하나로 마련한 코딩작업반에 들어갔다. 정씨는 밀리언드림즈(대표 이은용 목사)가 주관한 이 교육과정을 성실히 들으며 수형생활을 한 끝에 지난달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현재 밀리언드림즈에서 프로젝트매니저로 활동하는 정씨는 “교도소에서 외부와 소통이 단절된 가운데 무언가 개발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지만 최근 교도소에서부터 만들기 시작한 결과물을 가지고 라임프렌즈와의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 모든 일을 하나님이 예비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주님의 사랑으로 사회에 안착하게 된 저처럼 교도소에 갇혔지만 죄를 회개하고 다시 사회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