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前정부 정치 감사? 동의 못해”… 與 “감사원 탈취 시도”

입력 2024-12-03 00:14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이 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나섰다.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것은 처음으로, 감사원이 감사보고서 발표 이외의 정치 현안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연 것도 이례적이다.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감사원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공정하게 감사를 하고 있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무조건 정치 감사라고 비난하면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 감사는 과거 3년에서 5년간 이뤄진 업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새 정부 초기에는 전(前) 정부가 한 일이 감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전 정부 일은 감사하면 안 된다고 하면 헌법이 부여한 감사원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야당이 ‘정치 감사’라고 주장하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국가통계 조작 감사,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 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 사무총장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일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로 엄정히 감사하고 있다”며 “헌법상 독립기구의 수장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당장 멈춰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여권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한 감사원장을 상대로 한 탄핵 추진은 그 자체로 정치 보복이라는 입장이다. 탄핵안 표결이 예정된 오는 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규탄 집회도 열기로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기들을 수사하거나 자기들에 관한 비위를 조사했던 사람을 찍어내겠다고 탄핵하는 것이 2024년의 대한민국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이건 감사원을 탈취하겠다는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 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조은석 선임감사위원이 직무대행을 맡고, 그 이후 김인회 감사위원이 이어받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사람 모두 대표적인 친민주당 성향 인사라는 것이 여당의 주장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민주당 정권에서 임명된 조은석·김인회 감사위원은 지속적으로 민주당의 입장을 대변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도 “결국 자기들 살려고 대한민국 전체를 무정부 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이로 인해 감사원이 진행 중인 지난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 사드 배치 고의 지연 의혹 등에 대한 감사가 중단될 것이란 우려도 표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