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보산에 오른 떨기나무는 내려오지 않았고
사막에 드리운 그림자도 사라졌다
혼자 남겨진 당신의 떨리는 눈빛 앞에
차가운 헤브론 산지의 별이 뜨고
거센 요단강의 물살이 지친 발길을 막아섰다
그러나 그대는 요단강의 급물살을 가른 사람
바알의 목을 베어버린 날선 검이며
아세라의 심장을 뚫어버린 화살촉이었다
당신의 이름이 외쳐지는 곳마다
승리의 깃발이 휘날렸고
그대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선민의 영토가 되었다
두려움 없는 발자국은 길 위에서 주저하지 않고
절망을 모르는 눈빛은 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패배는 산을 넘기 전에 포기하는 자의 것이고
승리는 길이 없어도 멈추지 않는 자의 것이다.
소강석 시인·새에덴교회 목사
여호수아는 모세의 후계자다. 무릇 창업(創業)보다 수성(守城)이 더 어려운 터여서, 그 막강하던 진시황의 나라도 잘못 세운 아들 호해 대(代)에서 망하고 말았다. 모세에서 여호수아로 이어지는 이 지도자의 계대(繼代)는 동서고금에 수범(垂範)이 되는 성공 사례다. 시인이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바라본 여호수아는 충성스러웠고 용기가 넘쳤으며 전투의 은사(恩賜)를 지닌 경건한 신앙 위인이었다. 그는 여호와가 직접 전사가 되어 ‘이스라엘 편에 서서 싸우셨다’(수 10:14)고 생각했으며 마침내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 복지로 인도했다. ‘그대의 발걸음’이 닿은 ‘선민의 영토’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여호수아의 형상과 행위와 승리에 관한 이야기를, 시인은 이 한 편의 시에 간추려 담았다.
-해설 : 김종회 교수 (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