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당법 위반 혐의 범죄의 공소시효를 6개월로 줄이고, 법 시행 이전 행위에도 이를 소급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현직 의원 다수가 연루된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무마하려는 ‘꼼수’ 입법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소시효를 6개월로 제한하는 특례를 둬야 된다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민주당이 국민들 모르게 발의했다. 결국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을 모두 없던 것으로 하자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지목한 법안은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대표 발의한 정당법 개정안이다. 당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 등 정당법 위반 범죄들에 대해 공직선거법과 마찬가지로 공소시효를 6개월로 제한하는 특례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 규정은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범죄행위에도 적용한다’는 부칙도 넣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는 전·현직 의원 20여명이 모두 면소 대상이 된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다만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은 통화에서 “돈 봉투 사건을 보고 개정안을 낸 건 아니다”라며 “부칙이 문제라면 논의 과정서 빼자고 여당에 얘기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이 지난달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선고 당일과 전날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없애고 당선무효형 기준을 대폭 상향한 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사실도 언급하며 “이런 일이 백주에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개탄스럽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이건태 의원은 지난 9월 판사가 사건 공범에게 유죄를 선고했거나 기초조사, 심리 등에 관여한 경우 판사의 제척·기피 사유로 추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권은 이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지난 6월 수원지법 형사11부에 배당된 점을 겨냥한 법안으로 본다. 이 재판부가 공범 격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9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한 곳이라, 동일 재판부를 기피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구성 요건에 ‘그 지위의 영향력을 이용해’란 문구를 추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다. 직권남용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취지인데, 여권에서는 사실상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공천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법안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170석의 압도적 의석으로 자신들 혐의에는 ‘방탄’을 두르고 상대를 향해 칼날을 휘두르는 입법 전횡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선 구자창 박장군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