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신유열 부사장 승진, ‘수렁 탈출’ 시험대… 롯데 ‘유동성 위기설’ 작성·유포자 수사 의뢰

입력 2024-12-03 02:4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유열(사진)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능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주력 사업 부문 실적 부진으로 어려운 가운데 최근에는 ‘유동성 위기설’까지 시달렸다. 롯데는 거짓 정보 작성·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신 신임 부사장은 만만찮은 환경에서 첫발을 떼게 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롯데가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는 내용의 거짓 정보를 작성·유포한 자를 신용훼손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수사를 의뢰했다. 계열사의 주가를 흔들고 금융·증권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 그룹 신용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게 이유다.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두 곳에서 ‘롯데그룹 공중분해 위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게시된 게 시작이었다. 다음 날 동영상 내용을 요약한 정보가 온라인상에 퍼졌다. 12월 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설, 롯데건설 미분양으로 인한 계열사 간 은행권 연대보증 문제 등이 담겼다. 롯데는 이틀 뒤인 18일 공식 설명자료를 내고 “유동성 위기는 사실무근”이라며 위기설 진화에 나서는 한편 법적 조치도 착수했다.

이를 통해 롯데의 위기가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어려운 상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6600억원을 기록했다. 신 부사장이 맡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지난 3분기 200억원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상태다. 지난 8월 롯데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악조건은 이뿐 아니다. 롯데백화점은 부산센텀시티점을 포함해 실적이 부진한 점포에 대해 매각과 복합개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의 올해 1~3분기 누적 적자는 615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점도 업황 부진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 3분기 영업손실 460억원을 낸 롯데면세점은 해외면세점 중 경영상태가 부실한 점포를 철수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신 부사장은 신사업의 성공적인 안착과 그룹의 미래 비전을 발굴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신사업 분야인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 서 어떻게 역량을 보일지 눈길이 쏠린다. 신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롯데는 이날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제임스박 전 지씨셀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신 부사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롯데지주로 자리를 옮긴 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그룹 안팎의 비판도 나온다. 이 부분도 신 부사장이 극복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내부 환경은 갖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임원을 대폭 감축했고, 임원 평균 연령도 낮아졌다. ‘80년대생’인 신 부사장이 경영 철학에 맞는 인재를 기용하기 수월해졌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