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위장전입해 LH 전세 지원금 빼돌려… “심사 강화해야”

입력 2024-12-03 01:01
국민일보DB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전세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고시원에 위장전입한 70대 여성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기가 늘어나면 실제로 주거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피해가 돌아간다며 자격 심사 강화 등을 주문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 2단독 신현일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70대 A씨에게 최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LH로부터 전세임대 주택을 제공받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고시원에 위장전입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 LH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기존주택 전세임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만 19~39세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취약계층이 1억3000만원 한도 내에서 전세 주택을 선택하면, LH에서 임대인과 직접 전세 계약을 맺게 된다.

이후 LH는 해당 주택을 취약계층에 재임대해주고, 1%대 이자만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주거취약계층 유형 대상자는 고시원과 쪽방, 여인숙 등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거환경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해야만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이를 노린 A씨는 2016년 12월 브로커 B씨로부터 “특정 고시원으로 가서 3~4개월 정도 살면 LH로부터 임대주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그 직후 서울 강동구에 있는 고시원 주소로 거짓 전입신고를 했다. 담당구청에서 주거취약계층으로 인정받은 A씨는 2017년 6월 LH의 지원을 받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빌라에 입주했다.

LH도 A씨 사례처럼 주거 지원을 노린 위장전입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현재 다수의 기존 주택 전세임대 수혜자들은 직접 LH에 신청을 하고 LH가 직접 심사까지 맡지만, 주거취약계층은 LH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신청과 심사를 도맡고 있다. 지자체가 검증을 거쳐 대상자를 선정한 뒤 LH에 통보하면, 공사가 대상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주거취약계층 지원을 노린 위장전입 사기의 경우 LH의 관리·감독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과거 A씨에 대한 심사는 강동구에서 담당했다. 강동구 관계자는 “불법입주자가 브로커, 고시원과 합심해 작정하고 범죄를 저지르면 이를 적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담당자 교육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상자 심사 과정을 강화하고 가짜 전입 신고 등 위법 행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범법자 제재뿐 아니라 심사 과정의 강화도 필요해 보인다”며 “실거주 여부를 더 확실하게 살피는 등 지자체 차원의 검증 프로세스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독일 등 선진국에선 복지 관련 범행을 저지른 이들에게 지원금의 3배에 달하는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며 “브로커와 불법 입주자에게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