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김지혜양이 학교에서 영어 작문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각자 상상하는 학교의 모습을 자유롭게 영작하되 지난 시간에 공부한 현재진행형을 활용토록 했다. 김양은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뒤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이하 AI 교과서)에 글을 작성해 내려갔다. 글은 ‘내가 꿈꾸는 학교는 하늘의 학교입니다. 학생들이 날고 있습니다’란 문장으로 시작했다.
김양은 AI 교과서에 탑재된 대화형 인공지능 메신저인 챗봇에 ‘현재진행형 설명해줘’라고 입력했다. 곧바로 ‘be동사+ing’란 개념과 예문이 제시됐다. 김양은 챗봇을 참고해 ‘Students are flying’ 문장을 완성했다.
교사는 김양이 어떤 글을 작성 중인지 실시간으로 교사용 태블릿PC에서 확인하고 있었다. 글이 재미있다고 생각해 김양에게 글을 발표해보도록 했다. 김양은 발표 전 자신이 쓴 글을 읽어보고 간단하게 발표 연습을 했다. 김양이 자신이 구성한 문장을 소리 내어 읽자 AI 교과서가 이를 듣고 교정을 해줬다. 김양은 AI를 참고해 친구들에게 자기가 상상하는 학교를 발표했다.
김양 사례는 교육부와 AI 교과서 제작사들이 2일 진행한 영어 AI 교과서 시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검정 심사를 통과한 AI 교과서 76종을 공개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시연 행사는 내년 도입되는 AI 교과서가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주는 자리였다.
영어 AI 교과서는 영어 학습자가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를 고루 익히도록 설계됐다. 기본적으로 AI 교과서와 학생이 1대 1 학습을 진행하고, 교사가 필요에 따라 학생에게 교육적으로 개입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I’m practicing my dance moves’(춤 연습하고 있다)란 문장을 학생이 소리 내어 읽으면 AI 교과서가 학생 음성을 분석해 억양과 발음의 정확성을 평가해준다. AI가 단어 단위로 분석해 30점 미만은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교사는 교사용 화면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고쳐나가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호응이 AI 교과서 도입 효과를 좌우한다고 본다. 교육부는 AI 교과서 도입으로 교사 역할이 달라질 걸로 기대한다. 진도를 나가며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별 학생의 학습 전반을 지도하는 역할을 주문한다. 개발사 관계자는 “학급에 똑같이 60점 받은 아이가 있어도 어떤 아이는 어휘, 어떤 아이는 문법 등 이유가 다르다. 학생마다 왜 60점인지를 AI가 교사에게 분석해준다”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선 학생을 1대 1로 상대할 경우 업무량이 폭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AI 교과서가 수업 자료 준비부터 수업, 평가 전 과정에서 교사 업무를 줄여줄 거로 예상한다”며 “진단평가를 하려면 교사가 문항을 직접 만들고 채점하는데 AI 교과서의 도움으로 업무시간이 단축될 것”이라고 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