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중단된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디딤돌대출 사업 재개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각종 정책 대출 영향 등으로 주택도시기금(주택기금) 고갈 우려가 큰 상황에서 주택기금 외의 재원으로 사업을 하는 주체를 추가해 기금 운용 안정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금융위원회와 주금공의 디딤돌대출 사업 재개와 관련해 협의 중이다”고 밝혔다. 주금공이 지난 10월 말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한국주택금융공사 중장기 경영목표(2025~2029)’ 보고서에서 내년 세부추진계획 중 하나로 디딤돌대출 재개를 제시한 데 따른 조치다.
주금공은 이 같은 계획에 발맞춰 내년 정책모기지 공급 목표도 올해(10조원)보다 급증한 23조원으로 제시했다. 2029년까지 디딤돌대출을 포함한 정책모기지 공급액도 27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주금공은 보고서에서 “경상성장률(3.5%) 이내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및 안정적 자금조달 규모 등을 감안해 내년 공급 목표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주금공의 디딤돌대출 판매는 지난해 8월 중단됐다. 주금공이 당초 제시한 지난해 디딤돌대출 공급 목표액(4조4000억원)이 대출 수요 급증 등으로 빠르게 소진된 영향이다. 이후 디딤돌대출 판매 창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 일원화됐고 실수요자들은 주택기금 수탁은행을 통해서만 대출신청을 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검토는 주택기금의 재원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디딤돌대출을 재개하면 주금공은 자체 증권을 찍어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로선 주택기금 ‘누수’를 막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현재 디딤돌대출은 주택기금에서 우선 실행되고 이후 한도가 소진되면 은행예산, 이차보전 사업(은행 등이 저금리 정책금융상품을 취급하며 발생하는 손실을 정부가 메워주는 것) 등을 통해 운용된다.
실제 주택기금의 ‘비상금’인 여유자금은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 1~9월 말 주택기금 여유자금(사업준비금) 평균잔액은 17조원이다. 2021년말 49조원에서 3년도 안 돼 32조원 가까이 줄었다. 수입인 청약통장 납입액은 최근 3년새 23조원대에서 14조원대로 떨어졌다. 반면 디딤돌대출 집행액(올해 1~9월 누적)은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기금 감소가 검토 배경의 하나”라면서도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실제 계획은 금융위 등의 승인을 받은 뒤 내년 초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