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노린 알리바바, 자본잠식 에이블리에 1000억 투자

입력 2024-12-03 00:03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중국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에이블리는 3조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강조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알리바바가 패션·뷰티 영역에서도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알리바바 그룹이 소수 지분 투자 방식으로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투자로 알리바바는 5% 안팎의 에이블리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유니콘 기업이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 네이버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 이후 1년 만이다.

에이블리의 기업가치가 2022년 1월 ‘프리(Pre) 시리즈C’ 투자 유치(약 670억원) 당시 9000억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약 3년 새 세 배로 불어난 셈이다.

첫 글로벌 자본 유치에 성공한 에이블리는 자본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요인으로 K-패션 인지도 상승과 한국 판매자의 활발한 해외 진출 등을 꼽았다. 에이블리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 공동 창업자인 강석훈 대표가 2018년 설립한 패션 플랫폼으로 서울 동대문의 소호 패션몰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남성 패션 전문몰 4910(사구일공), 일본 패션몰 아무드(amood) 등도 운영한다.

거래액 규모가 2021년 7000억원대에서 올해는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가파른 성장세와 탄탄한 재무구조도 이번 투자 유치 성공 요인이라고 에이블리는 설명했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매출액이 2595억원으로 역대 최대였고 영업이익도 33억6700만원으로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C커머스’(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자본의 국내 진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초저가 공세로 식품까지 영역을 확장한 알리익스프레스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패션·뷰티 부문을 보강하면 입지가 더 탄탄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알리바바는 무신사, W컨셉, 지그재그 등 다른 패션 플랫폼들에 대해서도 투자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는 한국 시장에 공을 들여온 중국의 알리바바와 수년간 적자로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에이블리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에이블리의 자본총액은 -543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을 투자받으면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고객 데이터 반출에 대한 부담도 있어 중국 투자 유치를 거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중 정서가 강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계 자금을 유치한 기업들이 미국 자본 유치와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에이블리는 “이번 투자는 장기간 위축됐던 벤처 스타트업 업계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터닝 포인트”라며 “미국 실리콘밸리와 해외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000억원대 추가 투자 유치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