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머스크 vs 책사 밀러, ‘고숙련자 이민’ 두고 긴장 고조

입력 2024-12-03 00: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주변국에 관세 폭탄을 예고했지만 ‘고숙련자 이민’ 문제를 두고서는 트럼프 진영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고급 기술 인력의 미국 이민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온건파와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는 이민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강경파가 충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1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를 필두로 한 첨단기술 기업들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더 많은 고숙련 이민자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민을 최소화하려는 트럼프 측 국수주의자들과 잠재적인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IT 기업들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머스크가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부상하면서 고숙련 이민의 문을 넓힐 기회를 잡았다고 기대하는 눈치다. 대선 직후 소프트웨어 업체 ‘박스’의 최고경영자 애런 레비가 소셜미디어 엑스에 “머스크가 고숙련 이민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글을 올리자 머스크는 “동의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머스크 자신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전문직 이민자이기도 하다.

IT업계는 해외 전문직 종사자에게 주는 ‘H1-B’ 비자나 고숙련자 이민을 늘려 해외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력들을 미국으로 더 쉽게 데려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또 다른 최측근이자 ‘반이민 책사’인 스티븐 밀러를 앞세운 반이민 초강경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외국에서 온 ‘STEM’ 인재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IT업계의 임금을 하락시킨다고 본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트럼프 1기 때도 고숙련 이민의 문호를 넓히려고 했지만 당시 백악관 선임보좌관이었던 밀러를 필두로 한 강경파에 의해 저지된 바 있다.

2018년 연방이민서비스국은 H1-B 비자의 발급 요건을 강화했고, 2020년에는 6개월간 H-1B 비자 발급 절차를 중단했다. 밀러는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으로 발탁돼 트럼프 2기에서도 반이민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