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빈손으로 끝난 플라스틱 협약

입력 2024-12-03 01:10
지난 1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 중인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AFP연합뉴스

‘부산 플라스틱 협약’이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산유국들의 반대로 최소한의 선언적 협약도 없이 무산됐는데 한국이 주최국이었던 만큼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178개 회원국이 참가한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와 함께 환경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 회의로 꼽힌다. 그러나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 협약 성안을 위한 협상이 시한인 지난 1일까지 타결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플라스틱 또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 생산 규제’가 주요 쟁점이었으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소수 산유국이 생산 규제를 극구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미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인도와 함께 세계 5대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국이다. 우리 정부는

주최국으로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이 마련되게 적극 노력해야 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 방안에 대해 소극적 자세로 일관해 국내외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INC5 도중 파나마가 ‘첫 당사국 총회 때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 목표를 담은 부속서를 채택하는 방안’을 제안해, 100여개국이 지지했으나 우리가 서명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플라스틱은 매년 4억6000만t 이상 생산된다. 이중 99%는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화학물질로 만들어진다.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한데, 91%는 매립·소각되거나 쓰레기로 버려진다. 자연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의미 있는 개입이 없다면’ 2040년엔 2022년의 2배가 될 전망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암과 생식 능력 저하 문제를 일으킨다.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은 기후변화처럼 더는 미룰 수 없는 인류 공동의 과제이다. 환경단체들로부터 ‘기후 악당’이라는 비판을 받은 한국이 ‘플라스틱 악당’이라는 오명까지 써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