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돈 봉투 방탄 법안 쏟아내는 민주당의 ‘사법 침해’

입력 2024-12-03 01:30
국민일보DB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려 입법권을 총동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돈 봉투’ 의원들의 범죄 혐의도 무마하기 위해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정당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를 선거법처럼 6개월로 단축하고, 이를 법 개정 이전의 사건에도 소급해 적용토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벌어진 송영길 후보 측의 돈 봉투 살포 사건은 피고인들의 정당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시효 완성에 따른 면소판결(소송 조건의 흠결로 소송을 종결하는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 약 20명이 처벌을 피하게 된다. 이 개정안은 통상적인 법안 홍보도 없이 발의됐다가 뒤늦게 알려진 터라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사고 있다.

민주당은 이렇게 국가 사법 기능을 무력화하는, 그것도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각종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은 허위사실 공표죄를 삭제하고 의원직 박탈 기준도 대폭 높이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낸 데 이어 그의 다른 혐의에 대한 방탄용 법안도 잇따랐다. 이건태 의원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피고인의 공범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법관을 제척 또는 기피할 수 있게 했다.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가 이 대표의 같은 혐의 재판을 진행 중인 상황에 제동을 걸려는 것이다. 주철현 의원의 형법 개정안(지방자치단체에는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도록 근거 규정 마련)은 대장동·백현동 비리 혐의 재판, 이건태 의원의 검찰청법 개정안(수사 검사의 공판 참여 금지)은 성남FC 후원금 재판을 겨냥하고 있다.

행정·입법·사법의 삼권분립은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 권력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과 감사원장 등의 탄핵소추를 밀어붙이며 행정부 기능을 가로막고 나선 민주당이 가장 독립적이어야 할 사법부 기능마저 입법을 통해 저해하려 들고 있다. 입법권의 명백한 남용이며, 민주주의 작동원리를 파괴하는 ‘입법 쿠데타’에 해당한다. 그 기저에는 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의 이해관계를 법질서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특권의식이 깔려 있다. 사법 질서는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와 같다. 한번 오염되면 모두가 고통스러워지고 다시 정화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망가뜨리는 모든 행태를 민주당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