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이냐 쇄신이냐… 축협 선거 ‘2파전’

입력 2024-12-03 02:50

4선 도전을 공식화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본격적으로 후보자 행보에 나섰다. 차기 협회장 선거는 사실상 정 회장과 허정무 전 축구 대표팀 감독과의 2파전 구도로 굳어진 모양새다.

2일 축구협회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차기 협회장 선거 출마를 위한 후보자 등록의사 표명서를 협회에 제출했다. 차기 협회장에 도전하려면 임기 만료일(2025년 1월 21일) 50일 이전에 출마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협회 규정에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은 자동으로 직무 정지 상태가 됐고, 김정배 부회장이 차기 회장을 선출할 때까지 회장직을 대행한다.

연임을 두고 고심했던 정 회장은 최근 협회 내부에 출마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2024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선 취재진에 “여러 가지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연임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정 회장은 2013년부터 세 차례 임기를 소화해 왔다.

남은 관심은 정 회장과 허 전 감독의 맞대결 구도에 쏠린다. 내년 1월 8일 예정된 협회장 선거가 2파전으로 치러지면 정 회장이 유리한 위치에 설 거라는 전망이 많다. 축구계 안팎에선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도 나온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 수장으로 장기 집권하면서 기반을 다져왔다. 반면 허 전 감독은 축구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개혁과 쇄신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HDC그룹 회장인 정 회장은 축구계에 재정적 기여를 할 수 있는 기업인이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셈이다. 선거인단에 포함되는 축구협회 대의원과 산하 단체 임원 등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현직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축구인 사면 철회,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등 논란으로 추락한 대내외 이미지가 연임 도전의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허 전 감독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원정 16강행을 이끈 경기인 출신이다. 축구협회 부회장,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등을 지내며 행정 경험도 충분히 쌓았다. 축구계 현장의 목소리를 협회 행정에 반영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꼽힌다. 다만 한 해 예산이 1000억원을 웃도는 축구협회의 재정자립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당선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코리아컵 결승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정 회장과 허 전 감독의 어색한 대면이 이뤄지기도 했다. 허 전 감독은 “지금은 비록 대결구도이지만 서로 인사를 나눴다”고 전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