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서북부 알레포주의 주도인 알레포는 2011년 내전 시작 전만 해도 시리아 제2 도시로서 경제·산업의 중심지였다. ‘시리아의 진주’로도 불렸다. 유럽으로 통하는 튀르키예 국경과 가까워 고대부터 동서 교역로 역할을 했다. 오스만 제국 땐 콘스탄티노플과 카이로에 이어 제국의 제3 도시였다고 한다. 하지만 내전 이후 정부군과 반군이 격전을 치르면서 지금은 도시의 많은 부분이 크게 부서진 상태다.
알레포라는 지명이 널리 알려진 건 2015년 9월이다. 알레포주 북부 코바니시에서 탈출한 3세 난민 어린이 알란 쿠르디가 튀르키예에서 그리스로 가려다 배가 전복돼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평화롭게 잠든 듯 엎드려 있는 쿠르디 모습은 전 세계에 전쟁의 참상을 각인시켰다.
2016년 8월엔 ‘제2의 쿠르디’가 세계를 울렸다. 알레포시에 살던 5세 꼬마 옴란 다크니시가 공습으로 무너진 집에서 피와 분진으로 뒤범벅이 된 채 구조됐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영문도 모른 채 넋 나간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에 전 세계의 규탄이 잇따랐다.
알레포 일대는 2020년 정부군을 돕는 러시아와 반군을 지원하는 튀르키예가 중재해 얼마 전까지 휴전이 그런대로 잘 유지돼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반군(HTS)이 정부군을 공격해 알레포가 반군 수중으로 넘어가면서 내전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2일 AP통신, BBC방송에 따르면 반군이 장악한 알레포 등에 정부군과 러시아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민간인을 포함해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군이 탈환을 벼르고 있어 알레포 주변에서 포성이 다시 요란해질 전망이다. 이는 곧 민간인 사망과 난민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난민에게 최악의 계절인 겨울이어서 더더욱 힘겨운 피난살이가 될 것이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 정부가 1일 확전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지만 그 정도로는 내전이 잦아들긴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쿠르디 같은 안타까운 희생이 또 나올지 모를 일이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