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트럼프 무역 전쟁의 서막

입력 2024-12-03 00:3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취임 즉시 중국에 추가로 10%,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전 세계를 향한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연 것이다.

미 경제분석국(BEA) 자료를 이용해 필자가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 멕시코, 캐나다는 지난해 기준 미국의 3대 교역국이다. 이들 국가와의 상품 수출입 총액은 2조1662억 달러로 미국 전체 교역의 42%를 차지한다. 또한 지난해 미국의 이 세 나라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는 총 5124억 달러로, 이는 전체 무역수지 적자의 48%에 해당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디커플링을 추진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는 예견된 조치였다. 그러나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통해 자유무역 관계를 맺고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선언은 많은 국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는 마약과 불법 이민 유입을 관세 인상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멕시코를 통한 중국의 우회 수출 차단이다. 중국은 미국에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고, 노동력이 풍부해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중간재를 멕시코로 수출한 뒤 멕시코에서 최종재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우회해 왔다.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러한 우회 수출 경로를 차단하려는 조치다. 둘째, 미국의 자동차산업 보호다.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및 부품 무역수지 적자는 전체 무역수지 적자의 26%를 차지한다. 특히 대(對)멕시코 무역수지 적자의 81%는 자동차 및 부품에서 발생했다. 멕시코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산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자동차산업이 집중돼 있으며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러스트벨트 지역의 경제를 부양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셋째, USMCA 재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다. 내년에 예정된 협정 이행 점검을 앞두고, 멕시코와 캐나다를 압박해 미국에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우리 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도 저렴한 인건비와 대미 무관세 수출 활용을 위해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왔다. 이 생산기지에서 자동차 및 부품, 가전·철강 제품 등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하며 판매 감소와 수익 악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조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미국이 세 번째로 큰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베트남과 여덟 번째로 큰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경우 우리 대미수출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건설해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영업이익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관세 정책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국 기업들도 멕시코와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피해가 예상되고, 이 정책은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멕시코와 베트남 생산기지에서 생산한 제품의 현지 판매를 확대하고, 이들 국가와 인접한 중남미 및 동남아 시장으로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며, 미국이 필요로 하는 조선업에서의 협력을 협상카드로 활용해 통상 압력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