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조1000억원 규모를 감액한 ‘민주당표’ 예산안을 2일 국회 본회의에 올려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검찰, 경찰, 감사원 등의 ‘특수활동비 0원’ 관철을 명분으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된 예산 증액까지 무위로 돌리는 초강수 버튼을 누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막판 협의의 문은 열어뒀지만 정부·여당은 “감액 예산안 철회 없이는 증액 협상도 없다”며 맞서고 있다.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소추안 본회의 보고와 맞물려 정치권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당과의 합의가 불발되고, 기획재정부가 증액에 동의하지 않아 부득이 법정 시한인 내일(2일) 본회의에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난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정부 원안 677조4000억원에서 예비비 2조4000억원, 각종 특활비 82억5100만원 등 4조1000억원을 삭감한 2025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예산안 야당 단독 처리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검찰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정이 마비되지 않고 국민이 피해를 보지도 않는다”며 “잘못된 나라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 상대 인질극”이라며 “민생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하자던 민주당이 민생 예산을 단독으로 삭감한 건 ‘삼겹살 좋아하는 채식주의자’같이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재명 대표의 지시에 따른 날치기 통과로 헌정사상 유례없는 막가파식 행패”라며 “재난·재해 대비 예산, 민생·치안 예산 등을 무차별 삭감하는 행태는 예산 심사권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정부·여당을 겁박하는 예산 폭거이자 의회 폭력”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추가 협상의 여지는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날 이철우 경북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이후 저희와 협의하면 된다”며 “정말로 진지한 협상이 가능하다면 길이야 없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은 ‘감액안 철회’가 우선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일방적인 예산 삭감으로 인해 민생·치안·외교 등에 문제가 생기고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는 전적으로 민주당의 책임임을 밝힌다”며 “당정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모든 적법한 수단을 강구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선(先)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대한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관건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감액 예산안 본회의 상정 여부다. 민주당이 지역화폐 예산 증액 등 이 대표가 강조하는 사업의 예산 증액을 카드로 벼랑 끝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최승욱 이경원 이종선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