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감액 폭주… 좌우 없는 ‘국방·보건·R&D’ 예산도 싹둑

입력 2024-12-02 00:03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감액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정치적 성격이 옅은 국방과 사회복지, 보건, 과학기술 등 분야에서도 수천억원을 삭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야가 상임위원회에서 합의한 예산 증액분까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1일 국회 예결위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국방 분야 예산은 정부안에서 총 3409억원이나 감액됐다. 이는 감액 총액인 4조1091억원 중 8.3%에 이른다. 장병 인건비는 3조7737억원 중 645억원이 깎였다. 2022년 이후 계획 대비 입영률이 낮아지고 있고 입영 대상 병역자원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는 이유였다. 국방부는 장병 30%를 상대로 불시에 마약 투약 여부를 검사하겠다며 ‘마약류 검사 키트’ 예산을 반영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인권침해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한 끝에 일부 감액됐다.


방위사업청 예산 중에서는 소형 무인기(드론) 격추용 레이저 대공무기인 ‘Block-Ⅰ’ 관련 예산 712억원 중 5억7000만원이 감액됐다. 북한의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접적(接敵)지역 대드론 통합체계’ 예산도 100억원에서 99억5400만원이 삭감돼 사실상 전액 감액됐다. 적 도발원점을 정밀 타격하는 용도의 155㎜ 정밀유도포탄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은 77억원에서 65억원이 삭감됐다.

내년도 사회복지 예산은 1571억원이 감액됐다. 여성가족부가 배정한 아이돌봄 지원 관련 돌봄수당 예산은 4230억원 중 384억원이 삭감됐다. 고용노동부의 청년 일경험 지원 예산은 2186억원에서 46억원이 삭감됐고, 청년 일자리 강소기업 선정 및 육성패키지 예산은 23억원에서 15억원이 감액됐다.

국민 건강·생명과 연결되는 보건 분야 예산은 1118억원이 감액됐다. 보건의료 난제 해결을 위해 고비용·고난도 분야 R&D에 집중 투자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예산은 700억원이 편성됐으나 69억원이 삭감됐다. 질병관리청이 주관하는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 예산도 290억원에서 36억원이 감액됐다.

과학기술 예산은 573억원이 삭감됐다. 민관합작 선진원자로 수출기반 구축 R&D 사업은 70억원에서 7억원만 남기고 사라졌다.

폭설·폭우 등에 대비한 재해대책 예비비는 2조6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무려 1조원이 감액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폭설로 시설 붕괴 피해를 입은 경기도 안양·의왕 지역 시장을 방문한 뒤 민주당을 겨냥해 “이재민에게 행패 부리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날려버린 재해대책 예비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끝내 감액 예산안만 처리하면 그간 상임위 문턱을 넘은 건강보험 가입지원 예산(1조6379억원), 인공지능(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예산(3217억원),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예산(52억2300만원) 등 증액분은 처리가 불가능해진다.

구자창 정우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