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의료계 강경파 목소리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의료계와 정부 간 협상 채널이 사실상 닫힌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계 입장을 대변하는 창구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1일 “의료계에서는 대한의학회와 KAMC가 협의체에서 빠진 것을 ‘온건한 대화는 이제 끝났다’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인다”며 “협의체에 국무총리와 장관이 참여했고, 정부가 출구전략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도 “두 단체가 비판을 받을 걸 알면서도 중간자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 협의체에 들어간 것인데, 전부 다 허탈하게 느껴지면 더 이상 중간에서 노력할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며 “결국 의료계가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서는 오는 6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 전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주장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이날 여·야·의·정 협의체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의대 정원에 대한 유연한 정책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6일이)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참여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의료계에서 강경파 목소리가 커진 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의협 비대위는 두 단체를 향해 “협의체에서 나오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의료계 반발 기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경북지역 의대 신설” 발언 이후 한층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의학회 관계자는 “의학회는 협의체 참여를 두고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그럼에도 유연하게 이야기를 해보기 위해 참여를 결정한 것”이라며 “그런데 ‘의대 신설’ 발언이 나오면서 부담스러운 여건이 됐다”고 말했다.
협의체 논의가 중단되면서 앞으로는 의료계가 의협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3명이 의협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며 협의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의협은 최근 아예 전공의에 대해서는 올해 회비를 면제해주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차기 의협 집행부 선거에서는 전공의 투표율이 높아질 거로 보인다”며 “의협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협의체까지 중단되면서 차기 집행부는 ‘누가 더 강경파로 적절한지’를 고르는 투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써 지난 2월부터 지속된 전공의 집단행동은 해를 넘기게 됐다. 다만 내년 2월 복귀해야 하는 전공의에 대한 수련 특례나, 입영 연기 등의 정부 카드는 변수로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이달 초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계획을 공고할 예정이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