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70석의 절대 다수 의석을 무기로 국회 협의 관행을 무력화하는 ‘힘의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여야 합의 없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하며 ‘헌정사상 초유’ 기록을 또 하나 늘렸다.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탄핵 역시 국회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다. 여당은 국정을 마비시켜서라도 이재명 대표 ‘방탄’에 나서겠다는 거야의 폭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2일 열리는 본회의에 자신들이 주도한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고, 동시에 최재해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 등 3명에 대한 탄핵안을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감사원장과 중앙지검장 탄핵은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다수당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임위원회에서 탄핵 사유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와 심의 없이 다수당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탄핵을 남발하는 건 ‘후진국 의회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추진한 탄핵안만 해도 11건에 달한다. 11건 중 7건은 검사들이 대상이다. 이 지검장 등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의혹을 무혐의 처분했다는 이유로 대상에 올랐다. 이에 앞서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한 검사 4명(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은 이 대표의 대북송금 및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수사에 관여해 ‘보복 탄핵’이란 논란이 제기됐다.
민주당이 지난 8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을 통과시키면서 방통위는 김태규 직무대행 ‘1인 체제’로 운영되는 초유의 파행을 이어오고 있다. 방통위법에는 위원 5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국회가 추천하게 돼 있지만 국회 추천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자는 탄핵해놓고 자신들의 추천권은 행사하지 않는 야당의 행태는 노골적인 국정 발목잡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 원 구성 협상부터 관행을 깨고 국회 운영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독식했다. 이를 포함해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이후 재적 과반 찬성으로 처리되는 국회 의결 규칙을 앞세워 주요 현안에서 위력을 과시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증인으로 채택된 김 여사가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부인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사상 처음 발부하기도 했다.
이종선 정우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