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황 추락의 여파가 관련 기업들의 성과급과 인사로 들이치고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한화토탈)는 직원 성과급을 대폭 삭감했고 롯데그룹 화학군에는 인사 ‘피바람’이 불었다. 한화토탈과 롯데케미칼의 올해 3분기 누적 적자는 각각 약 1200억원, 약 66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확대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토탈은 매년 상반기, 하반기 2회에 걸쳐 지급하는 생산격려금(PI·Productivity Incentive)을 지난해부터 월급의 50%로 삭감해 지급 중이다. PI는 기업과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한 데 대한 보상으로 통상 월급의 100%를 지급해왔다. 그동안 PI 삭감은 사고가 발생해 생산 차질이 빚어지거나 기업 경영상 중대한 하자가 발생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단행했지만 실적이 급감하자 PI 긴축에 나선 것이다.
실적과 연동된 성과급은 0원이다. 매년 3월쯤 경영 실적과 연동해 연봉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한화토탈의 초과이익분배금(PS·Profit Sharing)은 올해 0%였다.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더 악화한 만큼 내년에도 PS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화토탈의 상반기 이사·감사 1인당 평균 보수는 2022년 2억5800만원, 지난해 1억1000만원에서 올해 1억500만원으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출장 경비를 줄이는 등 한화토탈 내부 비용 절감 기조가 완연하다”고 전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화토탈은 지난 2016~2018년 석유화학 호황기엔 월급 200%에 달하는 PI와 연봉 50%에 이르는 PS를 지급한 바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화학 계열사를 이끄는 총괄 대표를 1년 만에 전격 교체하며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었다. 지난해 말 등판한 이훈기 사장 자리에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부사장을 앉혔다. 이 연장선에서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등 롯데 화학 계열사 사장단 13명 가운데 10명을 물갈이했다. 이번 인사에서 30%에 달하는 롯데 화학군 임원들이 짐을 싸기도 했다. 롯데 측은 “성과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물어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것”이라며 “화학군의 대대적인 쇄신을 위한 인사 조처”라고 설명했다.
불황 속 성과급 문제는 노사 갈등의 불씨다. LG화학은 지난 4월 ‘성과급 개편 설명회’를 열고 앞으로 적자를 낸 사업 부문에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석유화학에는 단 한 푼의 성과급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약 1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기본급 46%의 성과급을 지급했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