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태반 추출물 주사가 난치성 피부질환인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처음 나왔다. 다만 아직은 세포와 동물실험 단계의 성과여서 향후 실제 사람 대상 임상 연구로 효과가 입증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팀은 국제 ‘미생물생명공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 같은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태반 추출물은 출산 시 배출되는 태반에서 혈액과 호르몬을 분리·제거하고 남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주사제로 만든 것으로 흔히 ‘태반 주사’로 불린다.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포함해 염증을 줄이고 피로를 개선하며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인간 각질형성세포(HaCaT)와 아토피 피부염 유발 실험쥐에 인간 태반 추출물과 기존 피부 염증 치료제인 덱사메타손을 각각 적용한 뒤 효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태반 추출물 주사가 HaCaT의 활성산소 생성을 현저히 감소시켜 산화 스트레스가 억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태반 추출물을 주사한 아토피 쥐 모델에선 아토피 유발 인자인 IL-4와 IgE 농도가 혈중에서 각각 60%, 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표피 세포의 두께가 감소해 아토피 피부병변이 개선됐다. 김 교수는 2일 “향후 임상 연구를 통해 실질적으로 아토피 환자에서 적용이 가능할지 살펴볼 것”이라면서 “비싼 생물학적 약물을 사용하기 어렵거나 치료 대상이 안 되는 경우, 아토피 치료의 한 선택지로서 태반 주사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