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61% “내년 긴축경영”… 9년 만에 최대치

입력 2024-12-02 01:53

국내 대기업 10곳 중 6곳은 내년 긴축경영을 계획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 기업은 10곳 중 8곳에 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응답 기업 기준)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을 대상으로 ‘2025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내년 경영 계획을 세운 300인 이상 규모 대기업에서 긴축경영을 추진하겠다는 응답률은 61%에 달했다. 2016년 조사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체 기업 중 49.7%는 내년 경영 기조를 긴축경영으로 정했다고 답했다. 이 응답률은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구체적인 긴축경영 방안으로는 전사적 원가 절감(66.7%), 인력 운영 합리화(52.6%), 신규 투자 축소(25.6%) 순으로 택했다. 내년에도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재계의 전망에 힘을 싣는 조사 결과다. 내년 투자 계획에 관해선 ‘올해보다 축소’(39.5%)가, 채용 계획은 ‘올해 수준’(44.6%)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내년 경영을 어렵게 할 요인으로 기업들은 주로 내수 부진(66.9%)과 인건비 부담 가중(64.0%)을 꼽았다.

응답 기업의 82%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응답률은 7.5%에 그쳤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내수 부진, 높은 인건비 부담에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특히 대기업들의 긴축경영 기조가 강해졌다”며 “내년도 경기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