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이 2일 감액만 반영한 2025년도 예산안 본회의 상정을 예고한 데 대해 “정부가 일을 못 하도록 하려는 국정 마비의 의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마약·딥페이크 등 민생범죄 대응, 미국 신(新)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환경 변화 대비,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등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시도에 대해서도 “헌법 질서를 유린하는 정치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경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에 대해 “마약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함으로써 민생범죄 대응이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부 예비비 삭감과 관련해서는 “재해·재난에 즉각 대응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국가의 기본적 기능 유지에도 막대한 지장이 초래된다”고 우려했다.
정 대변인은 특히 증액 없이 감액안만 반영된 ‘민주당표 예산안’에 대해 “정부 예산안 제출 이후 발생될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 변화에 유연히 대응하기 어렵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당선인 특유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에 악영향이 불가피해지고, 협상 제고를 위한 다양한 조치가 필요해질 것으로 봐 왔다.
‘경제의 허리’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예산이 증액되지 않은 점도 민생의 어려움을 키우는 대목으로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체감할 만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 중이었다. 포항 영일만 앞바다 유전 시추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투입 예산이 497억원 삭감돼 8억3000만원만 남은 것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첫 시추 예산부터 삭감하겠다는 것은 프로젝트의 싹을 자르겠다는 격”이라며 “야당은 나라가 부강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모든 논의의 시작점은 야당 단독 감액안 철회”라며 “감액 예산안 철회 없이는 증액 협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은 감액안 단독 처리 전날까지도 증액을 이야기했다”며 “감액안 철회 없이는 야당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주요 법 집행 기관에 대한 탄핵 시도를 병행하며 국정 마비를 꾀한다고 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 감사원장 탄핵 시도에 대해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탄핵이 이뤄져서는 안 되며, 민주당이 그렇게까지 이성을 잃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사드 정보유출 사건’ ‘통계조작 사건’ 등 국가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감사들을 진행해 왔다”며 “국민과 연결된 감사들이 중단될 경우 이 또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