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악~ 커피 으악~’ 이상기후에 줄줄이 가격 상승

입력 2024-12-02 00:02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기후위기가 장바구니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다. 세계적 기후 변화로 농산물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와 커피 원두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 제과업계에서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카카오를 가공한 코코아 가격은 t당 9425달러(약 1316만원)로 연초 대비 배 이상(120%) 올랐다. 연간 기준으로 봤을 때도 올해 t당 평균 가격은 7711달러로 전년(3309달러)보다 133% 급등했다.

코코아 가격 상승은 이상 기후로 재배 면적이 줄면서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코코아 가격 급등에 따라 오리온은 이날부터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하기로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기상 이변으로 카카오 국제시세가 최근 2년간 4배 이상 급등했다”며 “향후 수년간 카카오와 견과류의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따라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해태제과도 이날 초콜릿 원료 비중이 높은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인상한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6월 빼빼로와 가나 초콜릿 등 17종 제품 가격을 평균 12% 올렸다.


커피 가격도 크게 올랐다. 인스턴트커피 원재료로 주로 쓰이는 로부스터 커피는 지난달 29일 기준 t당 5409달러(약 755만원)로 연초보다 79.7% 올랐다. 주요 생산국인 베트남에서 경작기 건조한 날씨와 수확기 폭우로 공급 우려가 불거졌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에서도 극심한 가뭄으로 내년 커피 수확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해졌다.

이에 따라 동서식품은 지난달 15일부터 맥심·카누 등 인스턴트커피, 커피믹스, 음료 등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커피 생산량 감소로 원재료 가격 부담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도 지난 8월 커피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카페 아메리카노 그란데(473㎖), 벤티(591㎖) 사이즈와 원두 상품군(홀빈·VIA) 등의 가격을 올렸다.

과자·라면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팜유와 올리브유 가격도 크게 올랐다. 팜유 가격 강세는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서 기후 변화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올리브유 역시 최대 생산국 스페인에서 가뭄이 이어지며 가격이 급등했다.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사용한다고 강조해온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지난해 10월부터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유를 섞어 사용하고, 지난 6월엔 치킨 메뉴 23개 가격을 평균 6.3% 올렸다.

식품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 현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와 코코아 등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원재료 가격이 치솟는 데다 고환율에 따른 부담도 커지면서 당분간 가격 인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