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을 둘러싼 ‘피크아웃’(Peak out·정점 찍고 하락세)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11월 수출이 14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상승 폭은 4개월째 둔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대미 흑자 해소’ 변수까지 겹치며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 늘어난 563억5000만 달러(약 78조6900억원)로 지난해 10월부터 14개월째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수입은 507억4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2.4% 줄었다. 이로써 11월 무역수지는 56억1000만 달러 흑자로 18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지속했다.
하지만 성장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있는 탓이다. 수출은 지난해 9월까지 장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같은 해 10월부터 반등세를 보였다. 올해 증가율은 1월 18.2%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 7월 13.5% 이후 8월 11.2%, 9월 7.5%, 10월 4.6%에 이어 11월 1.4%까지 떨어지며 4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도체 편중도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11월 반도체 수출액은 역대 11월 중 최고치인 124억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하지만 비중이 22%에 이른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한국 수출이 좌지우지되고 있는데, 이번 사이클은 지난해보다 더 짧아 반도체 경기 둔화가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양대 시장인 미국, 중국으로의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점도 걱정거리다. 11월 대중 수출은 112억8000만 달러로 5개월 연속 11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0.6% 줄며 9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대미 수출도 103억9000만 달러로 5.1% 줄었다. 중국은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이, 미국은 자동차와 일반기계 수출이 둔화한 영향이 컸다. 2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의 11월 수출액은 13.6% 감소한 56억4000만 달러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통상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의 높은 대미 무역 흑자를 문제삼을 수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오일, 가스 수입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 교수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은) 정부로서 불가피한 조치이나 대미 로비력을 바탕으로 협상 공간을 최대한 키워 정부가 얻어낼 건 얻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