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 폭주’ 민주당, 민생·안보까지 저버릴 셈인가

입력 2024-12-02 01:10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정 위원장이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헌정사상 초유의 더불어민주당 ‘예산 폭주’ 사태는 민생과 안보를 위한 나랏돈까지 정쟁에 끌어들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4조1000억원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민주당은 이를 본회의(2일)에 상정하겠다고 거듭 밝히며 강행을 예고했다. 민주당이 정부 예산안을 칼질한 목적은 대통령실, 검찰, 경찰,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를 ‘0원’으로 만드는 거였는데, 경제와 복지, 연구개발(R&D), 심지어 안보 예산까지 대폭 삭감한 채 통과시켰다.

이런 감액 예산안을 밀어붙인 배경에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있다.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에 쓰는 587억원을 전액 삭감한 예산안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안을 본회의에 올리려 한다. 이 대표를 수사하고, 기소하고, 공소유지 하는 검찰을 공격하기 위해 민생과 안보에 타격이 될 예산안을 강행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예산안에서 국방 분야는 3400억원이 삭감됐다. 북한의 드론 공격에 대비한 접경지역 통합체계 구축 예산(99% 삭감)을 비롯해 군의 전력과 직결된 예산이 상당수 포함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국방 협력 예산, 우크라이나 개발원조 예산 등 안보 외교와 밀접한 항목도 대폭 감액됐다. 급작스러운 재난에 대비할 정부 예비비를 절반이나 삭감했고, 팬데믹에 대비한 mRNA 백신 개발 예산도 수십억원이 깎였으며, 의대 증원의 필수 요건인 전공의 지원 예산도 1000억원이나 들어냈다. 원자로 수출을 위한 R&D 예산, 동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대왕고래’ 예산, 양자과학기술 지원 예산 등 미래 먹거리 예산까지 대폭 칼질한 상태다.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 굳이 0원을 만들려 하는 검찰·경찰 특활비는 대부분 마약, 조폭, 사기 등 민생 범죄 수사에 쓰인다. 극히 일부인 이 대표 등 정치인 수사를 빌미로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국가 수사 기능을 크게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미국의 정권 교체로 세계 질서가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기다. 저성장 고착화의 암울한 터널 앞에서 한국 경제가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야 하는 마당에 나라 예산을 정쟁에 동원하는 행태는 국민을 배신하는 일이다. 그러라고 표를 준 게 아니었다. 민주당은 속히 정상적인 제1야당의 길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