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소강 상태가 이어졌던 시리아 내전이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후원해온 러시아와 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각각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문제에 집중한 틈을 타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을 띤 반군 세력이 총공세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의 여파가 시리아 내전 판도까지 바꾼 것이다.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주도하는 반군 세력은 사흘간의 공세 끝에 지난 30일(현지시간)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를 함락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HTS는 무장 조직원이 알레포 국제공항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자신들이 도시를 완전히 점령했음을 과시했다. 반군은 알레포가 속한 이들리브주 전역을 장악했으며 인근 도시인 하마 북부까지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레포는 시리아 내전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통한다. 반군은 2012년 알레포를 장악한 뒤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왔다. 2016년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 이란, 시아파 민병대가 공세를 펼쳐 알레포를 탈환한 이후 반군 측의 조직적 저항은 사실상 끝난 상태였다. 알레포가 8년 만에 반군 세력에게 다시 넘어가면서 시리아 내전이 다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HTS를 위시한 반군 세력이 정부군에 총공세를 펼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란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으면서 시리아 내부의 역학관계가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와 레바논뿐 아니라 시리아 내 친이란 세력에도 수차례 공습을 가해 세력을 약화시켰다. 오랫동안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해온 상황이었다.
시리아 전문가 말릭 알압데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이란·헤즈볼라 공격은 반군이 다시 세력을 확장할 기회의 창을 제공했다”며 “이스라엘과의 오랜 소모전 탓에 이란은 시리아를 지원할 능력에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와 이란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화 통화를 갖고 시리아 상황 안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두 장관은 알레포와 이들리브에 대한 무장 집단의 테러 공격으로 시리아 상황이 위급하게 전개되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은 2016년 이후 처음 알레포와 이들리브 일대를 공습했다.
미국은 아사드 정권과 반군 양측 모두에 선을 그으며 관망하고 있다. 숀 사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아사드 정권이 협상을 거부하고 러시아와 이란에 의존한 탓에 시리아 북서부에서 방어선이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미국은 HTS의 이번 공세와 관련 없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2018년 5월 HTS를 테러 단체로 지정한 바 있다.
HTS의 전신은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 계열인 알누스라 전선이다. H TS는 알카에다와 연계를 끊은 이후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통치체제 수립을 시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HTS는 2018년 6월 “우리의 목표는 아사드 정권을 전복하고 시리아에서 이란 민병대를 몰아내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