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D 환아 부모들의 소망 “우리 아이 존엄하게 살다 떠나길”

입력 2024-12-02 03:03
DMD 환아를 자녀로 둔 한국듀센근이영양증환우회(DMD유니온) 소속 회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피켓을 들고 DMD 치료제의 시급한 국내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아이와 한날한시에 같이 떠나고 싶어요… 자녀가 고통스럽지 않길 바라는 게 부모 마음 아닐까요….”

희소유전질환으로 꼽히는 듀센근이영양증(DMD)를 앓고 있는 아들(10)을 둔 어머니 안신혜(가명·52)씨의 처절한 고백이다. DMD는 유전자 이상으로 팔이나 다리, 몸통 등 근육이 퇴행해 10세 전후로 걷기가 어려워지고, 20대에 호흡기 근육 장애로 스스로 숨을 쉬기 힘들어지는 병이다. 환자 대부분 30대에 사망한다. 주로 남성에게 5000분의 1 확률로 발병하고, 여아에게는 5000만명 중에 1명꼴로 매우 드물게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전요셉(33) 청주오산교회 목사가 DMD를 앓고 있는 딸(전사랑·3)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22일간 740㎞에 이르는 국토대장정을 한 사연(2024년 11월 15일자 35면 참조)이 알려지면서 DMD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한국듀센근이영양증환우회(DMD유니온)에 따르면 국내 DMD 투병 환자는 2000명 내외로 파악된다. DMD 증상이 발현됐지만 확진을 받지 않은 환자까지 포함하면 3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DMD 환아 부모들은 깊은 절망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 같았다. 주변은 물론 가족한테도 자녀의 투병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가 하면 중증 우울증 등을 겪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 ‘차라리 같이 죽겠다’는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안씨는 DMD를 앓는 아들 지성(가명·10)군이 존엄하게 살다 떠나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혹시’라는 희망은 없다. 단지 시기의 차이지 언젠가 마주해야 하는 상황(죽음)에 대비한다”고 말했다.

네 살배기 DMD 환우 아들을 둔 주선기(가명·38)씨도 “당장 치료도 중요하지만 병 진행속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므로 아이 인생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막연하다”면서 “아들이 성인이 된 후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하거나 삶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면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DMD 유전자 치료제 ‘엘레비디스’의 국내 임상시험이 승인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DMD 유전자치료제 엘레비디스의 국내 임상시험이 지난 13일 승인됐다. 앞서 엘레비디스는 올 초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다. 이후 한국이 (임상) 3상 국가에 포함되면서 DMD 치료제 국내 도입 기대감이 높아졌다. 해당 임상은 만 8~18세 미만의 남아 12명을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치료제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패스트트랙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희귀질환 신약 등에 경제성이 낮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경제성 평가를 면제해주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엘레디비스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를 받으려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야 하는데 건보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 현재 엘레비디스 치료제의 가격은 46억원에 달한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