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북한 대전차미사일 ‘불새’

입력 2024-12-02 00:40

북한은 1988년말부터 2010년까지 러시아의 ‘파곳’ 대전차미사일 4500대를 들여왔다. 이걸 역설계해서 만든 게 ‘불새-2’ 대전차미사일이다. 자체 생산조달이 가능한 주력 대전차미사일로 평가됐다. 밀수 등으로 중동 지역에 많이 유통됐는데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에 대량으로 수출된 것이 확인됐다. 밀수출 도중 아랍에미리트와 방콕 등지에서 압수된 적도 있다.

북한의 대전차미사일이 다시 관심을 끈 것은 2020년 덴마크 감독이 만든 북한 무기상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내부 첩자(The Mole)’ 때문이었다. 영화 속에서 북한의 무기 목록표가 등장했는데 ‘Phoenix-4M’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2010년대 후반 북한의 주력 대전차미사일이 불새-2에서 ‘불새-4’로 업그레이드되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2021년 9월과 10월 북한의 열병식과 국방전람회에서 각각 ‘불새-5’가 잇따라 포착됐다. 2022년 9월 당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불새-5가 우리 군의 신형 전차인 K2를 뚫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불새-2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불새-5의 장갑 관통력이 100~120㎝에 달해 우리 군 주축 전차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대전차미사일은 지난 7월 해외의 군사 전문지를 통해 다시 등장했다. 이번엔 중동이 아니라 유럽이 무대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서 이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국가정보원은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이 전장에서 수거한 파편 등을 근거로 불새-4가 지원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군의 제3돌격여단이 하르키우에서 불새-4를 파괴하는 정황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산 군사 장비가 러시아로 꽤 많이 흘러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러시아에 상당수 무기와 병력까지 제공한 북한과 우리나라의 무기를 원하는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자칫 휴전 중인 남북한이 무기 공급을 통해 대리전을 벌이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어 썩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