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세 번째 증권 시장인 코넥스가 올해 역대 가장 부진한 신규 상장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코넥스 시장을 통해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는 2021년 이후 줄곧 내림세다. 내년이면 개장 12년 차에 접어들지만, 이 시장의 존재조차 모르는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아 사실상 방치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넥스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팡스카이와 타조엔터테인먼트 2곳뿐이다. 지난달 상장 신청서를 접수한 에이엠시지, 유비씨, 창대정밀 3곳이 연내 상장된다고 해도 5곳에 그친다.
연도별 코넥스 신규상장 기업 수는 2013년 45곳을 시작으로 2014년 34곳, 2015년 49곳, 2016년 50곳으로 매년 늘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1년에는 상장 기업 수가 7곳으로 줄었다가 2022년과 2023년 각각 14곳이 상장됐다.
2013년 7월 1일 출범한 코넥스는 코스피와 코스닥에 이어 만들어진 세 번째 증권 시장으로, 중소·벤처기업의 자금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들 기업은 은행 대출에 과도하게 의존해 높은 이자율을 부담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넥스는 코스닥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성장의 발판으로 여겨져 왔다. 먼저 코넥스에 상장해 성장한 뒤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이전 상장 사례도 줄고 있다. 2014년 6건에서 2021년 10건까지 늘었지만, 2022년 5건, 2023년 7건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현재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인 듀켐바이오를 포함해도 3건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코넥스가 외면받는 이유는 자금 조달 기능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넥스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2021년 5348억원에서 2022년 2770억원, 2023년 1642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10월까지 1220억원에 그쳤다.
거래대금도 줄고 있다.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4억7000만원이었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17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올해 거래가 단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은 기업도 적지 않다. 금융투자협회가 만든 비상장주식 거래소인 K-OTC 시장이 오히려 거래대금(26억1000만원)과 시가총액(17조3000억원)에서 코넥스에 앞선다. 코넥스 전체 시가총액은 3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