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치·인간 모습 등 정보 담아
2만5000광년 거리 M13으로 발사
지난달 韓 ‘트랜스미션’ 행사 열려
한글 기반한 메시지 쏘아올리기도
2만5000광년 거리 M13으로 발사
지난달 韓 ‘트랜스미션’ 행사 열려
한글 기반한 메시지 쏘아올리기도
1974년 11월 16일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에서 전파 신호가 하나 발사됐다. 아레시보 메시지라고 불리는 이 인공적인 전파 신호는 우리로부터 약 2만5000광년 거리에 있는 M13이라는 구상성단으로 보내졌다. 구상성단은 나이가 많은 별들로 구성된 별들의 집단이다. M13은 약 50만개의 별로 이뤄져 있다. 이날 마침 아레시보 망원경에서 잘 보이는 대상인 M13이 메시지를 보내는 대상이 됐다. 전파는 파장이 긴 전자기파, 즉 빛을 말한다. 전파는 빛의 속도로 나아간다. 지구에서 보낸 아레시보 메시지가 구상성단 M13에 도달하려면 2만5000년이 걸린다는 말이다. 지난 50년 동안 이 메시지는 열심히 우주 공간을 날아갔지만 여전히 2만5000년을 더 날아가야 이 구상성단에 도달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넓은 우주에서 우리가 유일한 생명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명체가 산다면 별이 아닌 행성에 살 것이다. 최근의 외계행성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구와 물리적인 환경 조건이 비슷한 외계행성이 우리은하 내에만 50억~500억개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행성 가운데 얼마만 실제로 생명체가 탄생한 행성이고 이들 중 얼마에서 생명체가 진화해 우리 같은 지적 생명체로 진화했다고 하더라도 그 수는 여전히 꽤 클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추론을 통해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지구와 비슷한 물리적 환경을 가지고 있는 외계행성 중 특히 자신이 속한 별로부터의 거리가 적당히 떨어져 있어서 행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지역에 속한 외계행성에 주목하고 있다. 생명체 존재에 액체 상태의 물이 크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외계행성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지구는 태양의 빛을 반사해 존재를 드러내는 행성이다. 파장이 긴 전파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외계인 천문학자들이 전파망원경으로 지구로부터 나오는 전파를 관측한다고 해보자. 그들은 태양에서 나온 전파 신호가 지구에서 반사된 후 날아온 신호를 관측할 것이다. 이들이 태양 같은 별들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한다면 이런 신호가 자연적인 전파 신호일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지구에서는 TV, 라디오, 휴대전화 같은 인공적인 기기로부터 발생한 전파 신호가 자연적인 전파 신호와 함께 뻗어나갈 것이다. 자연적인 전파 신호와 함께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함께 관측한 외계인 전파 천문학자는 이 신호를 분리해 인공적인 전파 신호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런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송신하려면 그것이 가능한 장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전자기파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기술문명을 일으킬 정도의 지적 생명체라는 말이다. 외계인 천문학자는 이런 추론 과정을 거쳐 지구라는 행성에 그들 입장에서 외계인이 존재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전파망원경을 사용해 외계행성을 관측하면서 그곳에서 인공적인 전파 신호가 나오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외계인이 보냈을지도 모르는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포착해 외계인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후보 신호들은 있지만 아직 외계인의 인공적인 전파 신호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아레시보 메시지는 지구인이 외계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TV, 라디오, 휴대전화처럼 의도하지 않은 인공적인 전파 신호 외에 과학자들이 의도적으로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만들어 우주공간으로 쏘아올리는 시도도 했다. 아레시보 메시지가 그런 작업의 시작이라고 하겠다. 아레시보 메시지에는 지구를 알리는 내용들이 들어 있다. 1부터 10까지의 숫자를 이진법으로 표시해 이 메시지에 실었다. 생명체를 이루는 염기 성분, DNA 이중나선, 태양계 내 지구의 위치, 인간의 모습, 당시의 지구인 수, 아레시보 망원경 모습 같은 정보가 이진법이나 그림 형태로 포함됐다. 아레시보 망원경의 송신 시스템을 통해 M13으로 쏘아보냈다. 인공적인 메시지를 만들어 의도적으로 보낸다는 것은 지적 존재인 지구인을 우주 공간 어디엔가 있을 외계인에게 알리기 위한 시도다. 물론 M13까지 이 신호가 도달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신호 강도도 아주 약해져 있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지구에서 인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주의 지적 생명체 일원으로서 지구인의 선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우리나라에서 아레시보 메시지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한글을 바탕으로 외계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만들어 우주 공간으로 쏘아올리는 작업을 한 것이다. 기술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원종국 작가가 중심이 된 ‘트랜스미션 한글’이라는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필자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원 작가는 외계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한글을 기반으로 만들고 인코딩하는 작업을 했다. 이 메시지를 실제로 발사하는 퍼포먼스도 함께 했다. 우리나라에서 아레시보 메시지 5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메시지를 만들고 이를 인코딩해 실제로 우주 공간으로 쏘아올린 것이다. 아레시보 메시지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고 하겠다. 물론 송신 출력이 작기 때문에 우주 공간으로 쏘아 올렸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하는 퍼포먼스였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팀은 앞으로 더 세밀한 작업을 통해 계속 외계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작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외계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단지 그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작업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를 알리려면 우리를 객관적으로 반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만 할 것이다. 외계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프로젝트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자신을 자각하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이명현 과학콘텐츠그룹 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