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계가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 조우 가능성 및 시기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얼마 전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재협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과거 경험을 되돌아볼 때 북한의 입장은 상황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행정부의 경험 및 성과를 토대로 ‘트럼프 시대’의 완성을 추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역시 ‘최대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2.0’을 통해 트럼프식 대북 외교의 큰 그림을 완성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최대 압박과 관여’ 기조를 토대로 임기 초반 북한의 반복적인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키 위해 ‘최대 압박’에 집중했다. 이후 ‘최대 관여’로 정책적 우선순위를 전환해 북·미 정상은 싱가포르, 베트남, 판문점에서 회동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임기 초반 ‘최대 관여’에 우선 순위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캠페인 당시 김 위원장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강조하며 자신의 외교적 역량이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뛰어남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언급에 북한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지난해 11월 말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를 통해 미국이 대화를 원한다면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위한 선제조건으로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요구를 제시했고, 이를 트럼프 당선인이 수용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의 군사훈련 중단 요구는 북·미 정상 간 재회를 위한 추가적 조건을 평양이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북·미 간 정상외교 재개는 2026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초기 북한 문제보다는 장기화되고 있는 두 개의 전쟁 출구 모색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도 2019년 하노이 회담 실패의 기억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 정상과의 만남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두 번째 임기를 맞는 미국 대통령의 경우 대체로 중간선거 이후 레임덕에 직면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2026년 중간선거 실시 이전에 북·미 간 소통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관계 개선 움직임이 또다시 양국 정상 간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머무를지, 아니면 북핵 협상과 관련해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올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북·미 간 소통 재개는 엄중한 한반도 안보 상황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기여하는 한편 한·미, 한·중, 한·러, 북·중, 북·일, 북·러 관계 등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역학관계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상외교 재활성화를 통한 북·미 관계 개선 및 한반도 긴장 완화 움직임은 두 개의 전쟁을 마무리하는 성과와 더불어 트럼프 당선인의 노벨 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4년 만의 귀환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북·미 관계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에 북·미 관계 개선 및 북한과의 핵 ·미사일 협상 재개 등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과 역할 등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