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노인 세대에 샌드위치
신세… 내집마련, 연금개혁,
경기침체 등 불안만 쌓여간다
신세… 내집마련, 연금개혁,
경기침체 등 불안만 쌓여간다
연말 송년 모임이 시작됐다. 어느덧 40대가 된 부부 네 쌍이 옹기종기 저녁 식탁에 둘러앉았다. 자녀 교육 문제부터 노후 준비까지 온갖 걱정이 쏟아져 나왔다.
이대로 가면 연금이 바닥난다는데 20년 후에 우리는 제대로 된 연금을 받을 수는 있을까. 연금이 나온다 해도 생활하기에는 부족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지금부터 자산을 모아야 할 텐데 부동산 공부를 해야 하나.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한다면 아무리 비싸다 해도 역시 서울인가. 주식시장은 가망이 없는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에 올라타야 하나. 정년이라도 연장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 당장 답도 나오지 않는 대화들을 이어가던 중 한 친구가 소리쳤다. “야, 왜 우리만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것 같냐.”
40대는 직장에서 위로는 상사를 모시고, 아래로는 팀원들을 이끄는 팀장·부장쯤 되고, 가정에선 어린 자녀들을 키우고, 연로한 부모님을 모신다. 가장 일을 많이 하고, 세금도 가장 많이 내는 세대가 아닐까 싶다. 우리 신체로 따져보자면 허리쯤 될 것 같은데, 그래서 가장 많은 무게를 책임진 세대이기도 하다.
그렇게 온갖 짐을 짊어지고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내는 40대인데, 처우는 늘 뒷전인 점을 부부들은 술잔을 돌리며 성토했다. 사회가 20·30대 청년세대, 60대 이상 노년층에게만 관심을 쏟을 뿐 40대는 늘 소외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제 막 사회에 던져진 청년층과 이제 막 은퇴해 막막한 여생을 계획해야 하는 노년층을 같은 선상에 두고 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렇게 내버려둬도 될 만큼 40대의 삶이 만만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희한하게도 화살이 다시 정치부를 출입한다는 필자에게 돌아오자 그럴듯한 설명을 내놔야 했다. 지난주 금요일(29일) 나온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40대 응답자 중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38%로 50대 다음으로 높다. 국민의힘 지지자는 23%로 20대 다음으로 낮다. 지난 선거를 돌이켜보면 40대는 늘 야권의 ‘굳은자’처럼 취급되면서 공략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거대 양당 모두 그 시간에 무당층 비율이 높은(45%) 청년세대 공략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내년에는 큰 선거조차 없다. 당장 표가 필요치 않은데 정치권이 지금 40대들은 어떤지 관심 가질 리 만무하다.
부동산 문제, 연금 개혁, 경기 침체, 박살 난 주식시장 등 가계를 짊어진 40대가 해결해 달라는 문제는 산더미인데 지금도 여야는 다른 일에만 정신이 팔렸다.
야당은 그저 ‘이재명 지키기’에 혈안이다. 어차피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낮은 탄핵소추를 남발하고, 대통령실과 검찰 예산을 대폭 삭감한 감액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생정책이라며 그렇게 증액을 강조하던 지역화폐 사업도 포기했다. 야당이 추진하던 민생사업을 포기하더라도 정부 예산은 깎겠다는 얘기인데, 다분히 감정적이다. 오로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에 초점을 맞춘 법들만 우후죽순 내놓고 있다. 이쯤 되면 정당한 정부 견제가 아니라 정부를 향한 ‘분풀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될 지경이다.
반대로 여당은 지리멸렬하다. 야당의 폭주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에만 기대는 모습이다. 정국을 주도할 만한 정책적 이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가해서인가. 오히려 집안싸움에는 열심이다.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가족 이름으로 올라왔다는 글을 두고, ‘가족이 직접 쓴 것인지 아닌지 입장을 밝히라’며 한 달 내내 옥신각신하는 중이다. 쇄신 얘기는 쏙 들어갔다. 일을 해야 할 정부는 20%도 넘지 못하는 지지율에 발목이 잡혀 있다.
송년 모임 대화가 이쯤에 이르자 부부들은 당분간 정치에 큰 기대를 하지 않기로 했다. 각자도생해 보기로 했다. 부동산 스터디도 하고,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도 공부해 보자고 했다. 정치가 희망이 아닌 스트레스만 안겨주는 우울한 연말이다.
정현수 정치부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