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회를 알게 된 건 유튜브 쇼츠를 통해서였다. 알고리즘이 띄운 1분짜리 영상은 이 교회 찬양 현장. ‘현재 한국에서 가장 부흥하는 교회’라는 도발적 제목의 영상엔 웬만한 기사에서도 보기 어려운 ‘좋아요’ 600여개가 달려 있었다.
호기심을 자극한 건 댓글이었다. 찬양 영상에 담임목사 칭찬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전에 출석했던 교회 부목사님인데 말 한마디에 친근함이 묻어나는 분이다’ ‘설교 말씀이 너무 좋다’ 등이었다. 영상 첫 댓글은 “영상 속 교회가 어디냐”는 질문이었는데, 금세 채널 운영자의 답글이 달렸다.
영상 배경은 청주 금천교회. 찬양하는 이는 이 교회 담임 신경민(45) 목사였다. 그런데 지난 27일 교회에서 만난 신 목사는 댓글 내용 모두 과분한 칭찬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 교회의 진짜 주인공은 성도들”이라고. “담임목사는 그냥 코치”라고.
파격보다 전통을
신 목사는 금천교회에 처음 왔을 때 주보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성도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주일 오전 11시 예배 대표 기도자가 여느 교회처럼 목사 장로 권사가 아니었다. 교회에 등록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난 집사가 대표기도를 맡았다. 예배당에 장로석은 따로 없고 몇몇 장로들은 방송실에서 스태프로 사역했다. 교회는 또 주일 저녁 예배는 물론 주중에도 매일 저녁기도회를 드리고 교인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노방전도에 나가는, 그런 교회였다. 신 목사는 “지금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교인들은 우산을 들고 전도에 나선다”며 “부임할 때부터 평신도 훈련이 아주 잘 돼 있는 교회였다”고 말했다.
장로회신학대 기독교교육학과를 졸업한 신 목사는 18년간 서울 명성교회(김하나 목사)에서 사역하며 담임 목회를 준비했다. 한데 담임 목회라는 부푼 꿈을 갖고 금천교회에 부임했지만 그는 파격보다 전통을 택했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모 기업 회장의 격언과 반대로, 그는 ‘담임목사만 바뀌고 다 남기는 길’을 택했다. 부교역자 13명도 전부 교회에 그대로 남았다.
“40대 목사가 담임으로 왔다는 얘기에 주일 저녁예배가 사라질 거라 기대하신 분들도 일부 계셨어요. 요즘 저녁 예배드리는 교회는 드무니까요. 그런데 다 유지했죠. 목회는 이어달리기니까요.”(웃음)
그는 “김진홍 원로목사님께선 금천교회를 개척하시고 38년간 목회하셨다”며 “원로목사님과 교인들이 일궈 온 소중한 전통 위에 다음세대를 세우고 이웃을 섬기는 게 저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교인 특기 살리는 ‘이어달리기’ 목회
바뀐 건 오히려 그였다. 농구광이었던 신 목사는 지난해 4월 부임 뒤부터 야구에 관심이 늘었다. 설교 시간에 한화 이글스를 거론한 뒤부터다. 그는 “설교 도중 한화 이글스 얘기를 꺼냈는데 졸고 있던 교인들이 그때부턴 눈을 반짝이면서 설교에 집중했다”며 “뒤늦게 알고 보니 프로야구를 보는 교인 10명 중 9명이 한화 팬이었다”고 했다. 그는 “담임목사 청빙 시기에 오래전부터 응원했던 류현진 선수가 때마침 한화로 이적했다”며 “지금은 교인들과 함께 한화를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이 잘하고 있던 사역은 더 잘할 수 있도록 북돋우고 있다. 사시사철 전도에 진심이었던 교인들에겐 가족을 전도하자고 권면했다. 부모님의 전도로 교회에 온 2040세대와 유초등부 다음세대를 위해선 가족 놀이터(Family Zone)를 마련했다. 주일 낮 예배가 끝난 뒤 각 부속실에서 진행되는 가족 놀이터 프로그램으론 체육활동 보드게임 영화관람 등이 있다.
유아실에서 기저귀를 갈던 영유아 부모들을 위해선 화장실에 아기 기저귀 갈이대가 새로 설치됐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자녀 넷을 둔 신 목사는 “아버지께서 70대이시고 저는 40대이다 보니 전 연령층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두게 된다”며 “어떻게 하면 교회가 교인들 가정에 행복을 불어넣는 공간이 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정이 행복할 때 교회는 물론 지역사회에도 기쁨이 흘러갈 것”이라고 했다.
가정 사역을 향한 신 목사의 진심은 열매를 맺는 중이다. 신 목사 부임 이후 5주간 새신자 교육을 받고 교인으로 정착한 이만 400여명, 그중 절반은 2040세대다. 2040세대가 많아진 뒤 교회는 올해 노회 체육대회 첫 우승도 거머쥐었다.
신 목사는 “2020년대 한국교회 바통을 들고 뛸 주역은 4050세대”라며 “4050 목회자들은 성장기에 부흥의 시기를 뜨겁게 경험한 세대”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우리가 기성세대가 된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부흥과 열정은 점차 사라져 가고 위기의식까지 팽배해지고 있다. 때론 그 핑계를 시대 상황에서 찾고 기성세대와 다음세대에 돌린 적도 있다”며 이렇게 다짐했다.
“4050 목회자들은 젊은 시절 뜨겁게 경험한 성령님을 확신 있게 전해야 합니다. 또 담임을 맡게 된다면 ‘이어달리기’를 잘해야 합니다. 후임 목회자의 역할은 신구 조화를 이루는 겁니다. 우리에겐 부모세대의 부흥을 다음세대에 전할 책임이 있습니다.”
청주=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