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두고 “헌법 질서 근간을 훼손하는 정치적 탄핵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민주당 주장에 조목조목 맞서며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최 원장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갔다.
최 원장은 29일 예결위 전체회의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아 “저희가 조사한 내용 그대로 감사보고서에 담았고, 그 이상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탄핵소추 사유로 꼽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부실감사’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앞서 감사원은 착수 1년8개월 만인 지난 9월에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 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은 경호처 간부의 비위를 적발했지만, 이전을 둘러싼 직권남용 의혹의 경우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고, ‘꼬리 자르기’ ‘부실감사’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은 전날 최 원장 탄핵 추진을 공식화했다.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에 탄핵안을 보고한 뒤 4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한다는 게 민주당 계획이다. 최 원장은 탄핵안 가결 전 자진사퇴를 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선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 원장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 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원장 등 7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의결 구도가 3대 3으로 재편돼 주요 감사보고서 의결이 중단되거나 처분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재인정부 측 인사 3명과 현 정부 인사 3명으로 구성된 현재 감사위에서 최 원장은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권한대행도 문재인정부 때 임명된 조은석 감사위원이 맡게 된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감사원의 헌법적 기능을 마비시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간다”고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탄핵 제도를 정략적 도구로 이용해 감사원을 민주당 산하 기구로 만들겠다는 교활한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4급 과장 이상 간부들을 소집해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도 감사원장을 놓고 날 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감사원은 지난 26일 발표한 ‘국고보조금 편성 및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국회의 ‘쪽지예산’ 관행을 꼬집는 동시에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지방정부 이양사업에 국비 2520억원이 부당 지급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국회 예산권과 심의권을 심하게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당초 약속 또는 규정과 다른 위법사항이 나와 감사원이 지적한 걸 가지고 문제를 삼는 건 정말 어이가 없는 게 아닌가”라고 되받았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