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전국 학교에 도입될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 교과서)가 검정 심사를 마치고 실물 공개를 앞두게 됐다. 교육부는 현장의 우려를 고려해 국어와 기술·가정은 적용 대상에서 빼고, 사회·역사·과학의 첫 도입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교육부는 29일 관보에 AI 교과서 검정 합격 도서 명단 76종을 게재했다. 적용 대상은 2025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 사용하게 될 수학·영어·정보 교과목이다. 영어 과목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수학과 정보 과목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각각 심사를 진행했다. 두 기관은 21곳으로부터 AI 교과서 146종의 심사본을 제출받아 이 가운데 52.1%(76종)를 통과시켰다.
교육과정에 따라 효과적 맞춤학습이 가능하도록 내용을 구성했는지, 학습지원 기능이 적절하게 구현됐는지 등 AI 교과서 내용·기술 전반을 검토했다. 검정을 통과한 AI 교과서는 다음 달 2일부터 웹 전시 형태로 일선 학교에 공개된다. 각 학교는 전시본을 본 뒤, 내년 3월부터 학생들이 사용할 AI 교과서를 과목별로 채택한다.
국어와 기술·가정에는 AI 교과서를 적용하지 않는다. 국어의 경우 AI 교과서가 오히려 문해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고, 기술·가정은 주로 실습으로 배우기에 AI 교과서 형태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역사·과학은 첫 도입 시기를 2027년으로 1년 늦췄다. 교육부는 당초 2026년 초등 3~4학년 사회·과학 및 중1 과학에 AI 교과서를 도입하려 했다. 이 과목들은 특성에 따른 AI 교과서 개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유보한 것이다.
특수학교의 경우 국어·수학 도입 학년을 늘렸다. 교육부는 AI 교과서를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초등학교 과정에만 적용했다. 그러나 2027년 중학교와 2028년 고등학교 과정에도 AI 교과서를 넣기로 했다. 장애 학생들이 사용하는 특수교과 AI 교과서는 국정교과서로 고시돼 현재 국립특수교육원이 개발 중이다.
다만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AI 교과서를 사용할지 불투명하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28일 야당 주도로 AI 교과서를 교육용 도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교과서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써야 하지만, 교육 자료로 규정되면 학교장 재량에 따라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교육부는 다음 달부터 학교에서 적합한 AI 교과서를 선정하는 데 필요한 점검표와 연수를 지원한다. 교과서를 선정한 이후에는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연수를 제공하고 우수한 수업 지도안을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개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한다면 AI 교과서는 교과서 지위를 잃게 돼 학생의 균등한 교육 기회를 박탈하고 교실 혁명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교육 격차가 오히려 확대될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