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초비상, 정치권 ‘정쟁 중단’ 선언해야

입력 2024-11-30 01:10
국민일보DB

한국 경제 곳곳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내수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나라 밖 경제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경제에 몰아닥친 한파는 각종 지표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全)산업 생산지수는 113.0으로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생산지수는 8월에 1.1% 늘며 4개월 만에 증가했지만, 9월(0.3%)에 이어 두 달째 감소했다. 특히 건설업 생산이 6개월 연속 줄었는데, 건설업의 6개월 이상 감소는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여기에 소매판매도 0.4% 감소하면서 두 달째 줄었고, 설비투자도 전달보다 5.8% 감소했다. 이렇게 생산·소매판매·투자가 ‘트리플’ 감소한 것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도 전날 올해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고, 내년 전망치도 2.1%에서 1.9%로 내렸다. 한은은 내년에 무역 갈등이 격화할 경우 성장률이 1.7%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9일 코스피지수도 1.95%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나라 경제는 어렵고 대외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런 위기가 남의 일인 양 정쟁에만 매몰돼 있어 답답하다. 야당은 감사원장과 검사 탄핵에 혈안이 돼 있고, 여당은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한 달째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 반면 입법이 시급한 반도체특별법 등은 여전히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대통령실이나 정부도 국민이 안심할 만한 경제 회복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율(19%)의 첫 번째 이유도 ‘경제·민생·물가’(15%)를 잘 다루지 못한 탓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여야 정치권은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직시하고 속히 정쟁에서 벗어나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내수가 더 침체할 수 있는 동절기와 내년 1월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만이라도 정쟁 중단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내수 및 민생 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만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정치권이 입법으로 발빠르게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경제 한파를 넘어 거대한 ‘불황의 쓰나미’가 밀려올지 모른다. 지금은 여야정 모두 머리를 맞대 경제 회복에 올인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