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은 양반? 비혼출산 친부, 양육비 안 주면 그만

입력 2024-11-29 01:23

인천 남동구에 사는 A씨(22)는 3년 전 출산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A씨는 당시 남자친구가 함께 아이를 키우자고 합의해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출산 두 달 뒤 A씨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연락처를 바꾸고 이사를 했다. A씨는 아이와 단둘이 남았다.

A씨는 아이를 홀로 키운다. 기초생활수급비와 한부모가정 지원금 등으로 국가로부터 매월 100여만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원룸 월세와 병원비 등을 내느라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다.

A씨는 남자친구 연락처를 수소문해 찾아냈다. 양육비라도 받자는 것이었는데 그는 A씨의 연락을 피했다. A씨는 “양육비를 받으려면 인지소송 등을 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지만 당장 먹고살기 바빠 소송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근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아이를 홀로 낳아 키우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혼 출산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혼 출생아는 2021년 7700명에서 지난해 1만900명으로 늘었다.

비혼 출산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A씨처럼 출산 후 남편이 양육 책임을 거부하면 양육비 등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혼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법 규정이나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양육비이행법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모들이 자녀의 친부로부터 양육비를 청구해 실제로 돈을 받은 비율은 2021년 기준 38.3%에 그쳤다.

최형숙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28일 “이혼을 하면 판결문에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강제할 수 있지만 혼외 출산 부모들은 상대방 측이 돈을 안 주면 사실상 그만인 상황”이라며 “상대방 측 월급에서 양육비를 차감하려면 소송을 모두 마친 뒤에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정주 포항여성소망센터 대표는 “양육을 거부한 상대방이 오히려 국가지원금을 역으로 빼앗아가는 경우도 있다.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행정적 수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부모가정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최 대표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한부모가정은 생계를 위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나 직업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육아와 함께 직업교육 등도 함께 이뤄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비혼 출산과 관련해 정부가 지원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비혼 출산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라며 “사회적 차별이라든지 여러 제도로 담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아이 한 명 한 명을 국가가 적극 지원하고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일관된 철학이 있기 때문에 빠진 부분이 있으면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