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증기 머금은 ‘습설’이 피해 키웠다

입력 2024-11-29 01:22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틀째 눈폭탄이 쏟아진 28일 경기도 수원시 망포동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일부 시민은 쌓인 눈 때문에 아예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 눈길을 헤치고 종종걸음으로 힘겹게 걸어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폭설이 집중된 경기 남부 지역에선 이틀간 사망자만 5명이 발생했고, 시설붕괴·교통사고 등이 잇따랐다. 뉴시스

27일부터 이틀째 내린 폭설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누적 적설량이 40㎝를 넘겼다. 서울의 적설량은 겨울을 통틀어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수분을 많이 함유한 ‘무거운 눈’ 탓에 피해가 더 커졌다. 기록적인 폭설은 28일 일단 그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적설 기준이 되는 종로구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적설은 이날 오전 8시 기준 28.6㎝였다. 이는 1907년 10월 1일 근대적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세 번째로 많은 양이다.

서울의 지점별 누적 적설량도 40㎝를 넘겼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관악구에 41.2㎝의 눈이 왔다. 성북구(28.4㎝)와 동작구(24.8㎝)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이 때문에 마포구 염리동·공덕동·성산동 일대 750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마포구 창전동 270가구에선 폭설에 따른 단수 피해가 났다.

이번 폭설은 수분을 많이 머금은 ‘무거운 눈’인 습설(濕雪)이 주를 이뤄 피해가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습설은 영하 5도에서 0도 사이에서 활성화된다. 27~28일의 아침 기온은 영하 3도~0도 사이를 보여 습설이 활성화되기 좋은 여건이었다.

습설은 가벼운 눈인 건설(乾雪)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녹지만 잘 뭉쳐지고, 쌓였을 때 매우 무겁다. 대체로 습설은 건설보다 2~3배 무거운 것으로 측정된다. 습설의 중량은 ㎥당 300㎏f로 건설(150㎏f)의 배가량 된다. 기상청 연구에 따르면 100㎡(30.25평) 면적 기준으로 5㎝의 눈이 쌓일 때 습설은 600㎏, 건설은 200~300㎏의 중량을 보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농민들이 비닐하우스가 25㎝ 정도 눈을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데, 습설일 경우 20㎝만 쌓여도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경우 일단 기록적인 폭설은 28일 끝난다. 다만 주기적으로 기압골이 한반도를 통과하며 눈과 비는 다시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29일 오후에 기압골 강수로 인해 다시 한번 강수가 시작돼 밤까지 눈 내리는 곳이 있겠다”며 “다음 달 2일에도 북쪽 기압골이 지나며 중부권을 중심으로 비 또는 눈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말 동안 북극 찬 바람의 영향으로 기온이 크게 떨어지며 기존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얼 가능성이 크다. 27~28일 기온은 0도 안팎에 그쳐 도로에 결빙이 생기지 않았다. 다만 30일 밤부터 영하권 날씨가 지속되며 빙판길 블랙아이스(도로 살얼음)가 형성될 우려가 제기된다.

기상청은 “기온이 낮은 이면도로나 골목길, 그늘진 도로 등에서 빙판길로 변하는 곳이 많겠다”고 했다. 기상청은 블랙아이스 위험 정보도 제공할 방침이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