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부 한미 임시주총… 경영권 분쟁 길어질 듯

입력 2024-11-29 02:08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28일 서울 잠실 교통회관에서 열린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표 대결에서 오너 일가 중 어느 한 쪽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가지 못했다. 양측의 지난한 분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이날 임시주총에서는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의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회 정원 확대안이 부결됐다. 특별안건 통과 요건인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는 데 실패하면서 이사회 정원은 기존 10명으로 유지됐다. 다만 신 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건은 출석 주주 과반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다. 이로써 이사회 구성은 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로 구성된 형제 측 5명, 3자 연합 5명 구도로 동등해졌다. 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안건은 자동폐기됐다.

3자 연합이 애초 목표로 잡았던 이사회 장악에는 실패했지만, 이사회 구성원 동수 재편에는 성공해 절반의 승리는 거뒀다. 우호 지분이 25.62%로 3자 연합보다 8% 포인트가량 적었던 형제 측으로서도 이사회 정원 확대를 막아냈다는 점에서 선방했다. 양측은 고소·고발전까지 치르면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였지만, 주주들의 지지는 한 쪽으로 몰리지 않았다.

임시주총 결과를 두고 양측은 다시 한번 신경전을 펼쳤다. 임종훈 대표는 임시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회사 발전을 이끌고 오는 12월 19일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치열한 분쟁 상황이 지속되는 작금의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도록 보다 책임감 있게 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음 달 19일 열릴 한미약품의 임시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기타비상무이사인 신 회장의 해임을 추진하면서 역공을 펼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속 다투기보다 한시라도 빨리 가족 간 합의를 통해 그룹을 살릴 길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