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현 회장 체제’에서도 손태승 부당대출 정황

입력 2024-11-29 01:19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지난해부터 지속해 온 지배구조 선진화 노력 취지에 맞춰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강화라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달라”며 은행권 내부통제 강화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이 올해에도 수차례 신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당국의 정기검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그동안 ‘임종룡 체제’에서는 없었다던 부당대출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불법 대출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인데 임종룡 현 회장, 조병규 현 행장 재직 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불법 거래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7일부터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5일 종료 예정이었던 검사는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장돼 29일 종료된다. 이 과정에서 임 회장 재임 기간인 최근까지도 손 전 회장 재임 시기와 유사한 부당대출이 상당수 실행된 것이 발견됐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차주에 모두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부당대출이) 손 전 회장 시절 일어난 일이지 현 경영진 체제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과연 이러한 것들이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가 됐는지, 이사회 통제 기능이 작동했는지, 안 했다면 왜 안 했는지에 대해 점검 중”이라며 “검사 결과는 12월 중으로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 등 비리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 임 회장의 퇴진을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행장은 최근 연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이날 주요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은행 내부통제 확립을 위해 이사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책무구조도와 관련해서는 “지주 회장이 그룹 전체 내부통제 총괄책임자”라며 책임의식을 역설했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된 수사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최근 우리금융지주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조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손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지난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으나 영장이 기각돼 구속은 면했다.

김준희 구정하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