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후 상처만 남은 헤즈볼라… 뒷배 이란도 무기력

입력 2024-11-29 01:01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 협정이 발효된 27일(현지시간) 헤즈볼라 깃발을 단 스쿠터가 폭격에 폐허로 변한 레바논 남부 카나 마을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1년 넘게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며 큰 타격을 입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겠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으나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결국 휴전 협정에 동의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휴전한 이후 가자지구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헤즈볼라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휴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의 결의와 의지를 꺾지 못한 오만한 적에 맞서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전사들은 이스라엘의 침략과 야망에 맞서도록 완전히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헤즈볼라가 이번 전쟁에서 입은 인명 피해는 2006년 레바논 전쟁의 10배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헤즈볼라는 사망자가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많게는 40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파상 공세로 무너진 조직을 재건하는 것도 과제로 남았다. 헤즈볼라는 1인자 하산 나스랄라를 포함한 수뇌부가 전멸하면서 조직이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헤즈볼라는 수뇌부 동선이 이스라엘에 실시간 노출되고 조직원들에게 배포한 무선호출기에 폭탄이 설치된 사실을 감지하지 못하는 등 정보 보안에서 심각한 취약점을 드러냈다.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세계은행은 레바논의 경제적 피해를 85억 달러(약 11조8600억원)로 추산했다. 2020년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의 여파가 남은 레바논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2006년 레바논 전쟁 당시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쿠웨이트가 재건 비용을 대줬지만 주변국이 이번에도 지원할지는 불투명하다.

헤즈볼라의 ‘뒷배’ 이란도 무기력한 모습을 노출했다. 전쟁 기간에 헤즈볼라 수뇌부는 이란이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뉴욕타임스는 “헤즈볼라의 동맹 세력이 헤즈볼라를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면서 이란 네트워크의 신뢰성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