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설 폭탄’이 된 눈폭탄… 제설작업 중 사망사고 속출

입력 2024-11-29 00:02
수도권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린 28일 경기도 안양 농수산물도매시장 지붕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있다. 이틀째 눈폭탄이 쏟아지면서 전국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시설 붕괴, 교통사고 등 피해가 잇따랐다. 안양=윤웅 기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틀째 눈폭탄이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폭설이 집중된 경기 남부 지역에선 이틀간 사망자 5명이 발생했고, 시설붕괴·교통사고 등이 잇따랐다.

28일 오전 5시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의 단독주택에서 집 앞 눈을 치우던 60대 남성이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숨졌다. 오전 11시59분쯤엔 안성시 서운면의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에서 눈 쌓인 캐노피가 붕괴해 아래를 지나던 70대 직원 1명이 사망했다. 앞서 전날엔 화성시 매송면 비봉매송 도시고속화도로 비봉 방향 샘내IC 인근 도로에서 광역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차 사고 현장 교통을 통제하던 도로 운영사 직원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났다. 이틀간 잇단 사고로 사망한 사람만 5명에 달했다. 강원도 횡성군에서도 한 우사에서 70대 남성이 지붕에 깔려 숨졌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건축물과 나무가 무너지고 쓰러지는가 하면 강한 바람까지 불어 도로를 빙판으로 만들면서 각종 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택배 물류센터 가건물이 붕괴해 6명이 다쳤다. 전날 밤에는 평택, 수원, 시흥 등지의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 진입 통로가 무너졌다.

화성시 봉담읍 내리, 서신면 홍범리 일대가 각각 정전됐고,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의 아파트 2곳에서도 정전이 발생해 1200여 세대가 불편을 겪었다. 의왕시 봉담과천 간 도로 봉담 방향 과천터널 인근에서 차량이 미끄러지며 8중 추돌사고가 발생, 2명이 다쳤다.

쌓인 눈 때문에 시민들은 출퇴근길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는 눈이 20㎝까지 쌓이면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져 눈길을 헤치고 종종걸음으로 힘겹게 걸어가는 시민도 목격됐다. 일부 주민은 출근을 포기하고 재택근무를 하기도 했다.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 양지터널에 무려 2시간30분간이나 갇혀 있었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폭설로 인해 출근시간대 수인분당선 열차 운행이 길게는 20분가량 지연 운행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공장에선 사업장과 그 일대에 눈이 쌓이면서 안전 관리 차원에서 생산라인을 멈춰세우는 상황도 발생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화성 1, 2공장은 이날 주간근무부터 운영을 멈췄다. 1공장에 눈이 쌓여 지붕 처짐 현상이 나타났고, 2공장도 예방 차원에서 함께 제설 작업을 진행했다.

경기지역에서는 이날 학교 1337곳이 휴업했다. 이는 전체 학교 4532곳의 29.5%에 해당한다.

폭설에 서울 재동 백송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총 3건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또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종묘, 조선왕릉 관람이 중단됐다. 폭설이 이틀째 강타한 공항에선 200여편의 항공편이 결항·지연되면서 발 묶인 승객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김포공항 등 전국 14개 공항에서 예정된 항공편 가운데 국내선 28편, 국제선 3편 등 31편이 기상 악화로 취소됐다. 인천국제공항은 국제선 111편 운항이 취소되고, 31편의 항공편이 지연됐다. 큰눈에 인천공항 이용객들이 비행기 안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등 큰 혼란이 벌어졌다. 일부 승객들은 비행기가 착륙한 이후 무려 7시간 동안 기내에 갇혀 있다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