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최고경영자(CEO) 21명을 교체하는 고강도 인적 쇄신에 나섰다. 그룹 위기설을 촉발한 롯데 화학군에서만 30%에 달하는 임원이 퇴임하고 특히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롯데는 70년대생 CEO 12명을 신임 CEO로 배치해 대대적 세대교체에 나섰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인 신유열 전무(미래성장실장)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다.
롯데그룹은 28일 롯데지주 포함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전체에서 CEO는 36%(21명)가 교체되고, 임원 22%가 퇴임하면서 코로나 시기인 2021년 임원인사보다 더욱 큰 폭의 인사가 이뤄졌다.
최근 롯데그룹이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할 것이라는 위기설이 나오면서 신 회장의 특단 대책이 담긴 인적 쇄신이 나왔다는 평가다. 롯데지주는 “이번 인사에서 성과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묻는 데 집중했다”며 “격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추진하기 위해 지주 경영혁신실장 노준형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전략·기획·신사업 전문가인 노 사장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 각 계열사 혁신을 가속할 계획이다.
화학사업에선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이영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이 신임 사장은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를 겸임해 조직의 체질을 바꾸고 화학군 전반의 근본적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이훈기 대표는 지난 3월 취임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호텔롯데는 3개 사업부(호텔·면세점·롯데월드) 대표이사가 전부 물러났다.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을 비롯해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구 부회장과 유통군 총괄대표 김상현 부회장 및 주요 식품·유통 계열사 CEO는 유임됐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롯데 3세 신 부사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해 2022년 1월 상무보, 같은 해 12월 상무, 지난해 12월 전무로 매년 승진했고 이번에도 한 직급 올라서며 그룹 내 입지를 높였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한 신 부사장은 신사업·신기술 기회 발굴과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추진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원직 대표가 물러나고 다음 달 11일 글로벌 바이오 전문가를 새로운 대표로 영입한다.
롯데는 앞으로 연말 정기적으로 단행해온 임원인사를 수시 인사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사업의 속도감과 실행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롯데 측은 “성과 기반의 적시·수시 임원 영입과 교체를 통해 경영 환경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