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사진)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세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증거가 아니라 사람을 쫓는 수사를 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국회에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야당 특검법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위배하고, 표적·별건수사 우려가 크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특검법 폐지 사례까지 언급했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이 같은 내용의 김 여사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국회로 보냈다.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안에서 “위헌성이 다분한 법률안을 반복적으로 정부에 이송하는 국회가 과연 수사대상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의결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세 번째 특검법의 수사대상으로 명시된 명태균씨 관련 의혹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이 수사 중인 점을 언급하며 “특검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검찰 등의)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 특정 정당 또는 정치세력이 사실상 임명한 특검을 통해 의도한 수사결과를 내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검법에 언급된 명씨의 ‘인사개입 의혹’ ‘국정농단 의혹’ 등 표현도 거론하며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수사대상으로 하고 있어 표적수사, 별건수사의 소지도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수사 과정에서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대해 “정치적 여론재판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방해 금지, 직무수행 회피 규정은 정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공세로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도 특검이 상대 정당을 공격하는 카드로 악용돼 상대 정치인의 사소한 비리도 기소하게 하거나, 비정치적 사건을 정치적 쟁점화시키는 등 여러 부작용이 문제 돼 1999년 양당 합의로 폐지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1999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특검법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특검 발동 여부나 후보자의 추천 과정에 의회가 관여하지 않고, 법무부 장관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검사 시절 ‘BBK 특검’ ‘최순실(최서원씨로 개명) 국정농단 특검’ 등 굵직한 특검 수사에 참여했던 윤 대통령의 특검 제도 비판은 아이러니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특검은 특검법에 규정된 내용을 중심으로 수사하는 우리와 달리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에 대해 광범위하게 수사한다”며 “김 여사 특검법의 반대 근거로 미국 사례가 적합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