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서 5시간 대기” 폭설에 항공편 지연·결항

입력 2024-11-29 02:06
연합뉴스

11월 기록적인 폭설로 공항도 마비를 겪었다. 결항과 지연, 연착이 이어지면서 항공 이용객의 불편이 쏟아졌다. 불가피한 자연재해라 보상조차 받을 수 없어서 소비자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28일 새벽. 장모(48)씨는 오전 6시40분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낭패를 봤다. 비행기는 이륙하지 않고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야 했다. 항공사 측은 ‘비행기 날개의 눈과 얼음을 제거한 뒤 출발 예정’이라며 예비 출발 시간을 공지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계속 늦춰졌다.

비행기 탑승 후 3시간 정도 지났다. 악천후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일부 승객은 “도대체 언제 뜨냐”며 항의했고, 일부는 “이럴 바에야 여행을 포기하겠다”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항공기는 5시간이 지나서야 이륙했다. 장씨는 “기장이 출발 예정 시간을 공지했으나 지켜지지 않았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미리 언질을 주면 좋았을 텐데 항공사의 대응이 아쉽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항공기 결항은 157편, 지연 101편이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결항 151편 지연 175편으로 집계됐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김포, 김해, 제주 등 전국 14개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중 33편이 취소됐고, 136편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공항별로 보면 김포 12, 김해 7, 제주 9, 대구 2, 청주, 울산, 원주공항 각각 1편이 취소됐다.

폭설은 운항에 차질을 준다. 여기에 이견은 없다. 활주로와 유도로 제설작업이 필요해진다. 항공기 이착륙 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작업이다. 문제는 활주로가 워낙 넓어서 서울 시내 도로 제설 작업의 속도와 비슷하게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안전을 위해 항공기 표면에 쌓인 눈을 제거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항공기 날개에 눈이 쌓이면 공기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게 된다. 항공기를 끌어 올리는 힘인 양력을 저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빙과 방빙 작업이 이뤄진다. 제빙은 항공기 표면에 붙은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고, 방빙은 일정 시간 동안 결빙 물질이 생기지 않도록 특수 용액을 바르는 것이다. 항공기를 제빙, 방빙하기 위해서는 공항 내 마련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출발 지연으로 이어진다. 공항 관계자는 “대설로 인해 항공편의 운항계획이 실시간으로 변경되고 있다”며 “공항이나 항공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운항 현황을 반드시 확인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