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사원장 탄핵 추진·양곡법 강행… 野 또 무리수 정치

입력 2024-11-29 01:30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위원장의 자료제출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무리수와 입법 독주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앞에선 민생을 챙기겠다면서 뒤로는 민생과 거리가 먼 일로 연일 정국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민주당은 28일엔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까지 추진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장 탄핵 추진은 처음 있는 일이다. 탄핵소추안은 내달 2일 국회 본회의 보고 뒤 24~72시간 이내 표결이 진행된다.

민주당은 탄핵 추진 이유로 “대통령 관저 감사 관련 문제와 국정감사 때 자료 미제출 등 국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헌법상 탄핵 소추 사유인 ‘직무 집행 중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 결정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그에 따른 감사 업무 공백을 감수하고서라도 탄핵해야 할 만한 일인지 따져볼 일이다. 민주당은 2일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명품백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을 함께 보고한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되고 있어 이를 두고서도 ‘사법 방해’ ‘수사 방해’ 차원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야당의 독주는 입법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쌀값 폭락 시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을 여당 반대 속에 강행처리했다. 양곡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가 윤석열 대통령 재의 요구로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었다. 정부와 여당은 쌀 매입을 보장해주면 과잉 생산이 우려되고 다른 작물이 덜 재배될 수 있다는 이유로 양곡법을 반대해 왔다. 본회의에선 또 상설특검 후보 추천 때 여당을 배제하는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도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민주당의 무리한 탄핵 추진과 입법 독주는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정치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다. 야당 대표가 협치를 하겠다며 여당에 2차 대표회담을 제안해 놓고 이런 식으로 계속 힘자랑만 하면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제나 안보 등 나라 안팎으로 난제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여야 없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인데, 사사건건 대립만 일삼고 있으니 국민만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성난 민심을 마주하지 않으려면 속히 정치를 정상화하고 민생 제일의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