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속 금리 인하 불가피한 경제 상황… 위기의식 공유해야

입력 2024-11-29 01:20
국민일보DB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8일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0%로 0.25% 포인트 더 내리는 ‘깜짝’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달에 이은 두 차례 연속 인하로 동결을 전망했던 시장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1%에서 1.9%로 낮춰 잡았다. 여러 가지 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연속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경기 상황과 성장 전망을 그만큼 우려스럽게 본다는 의미다. 경기 하강 속도를 늦추면서도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한국 경제가 안게 됐다.

금통위가 예상 밖으로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인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 체질이 급속히 허약해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0.25% 포인트 인하 당시만 해도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후 한 달 보름 사이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일들이 불거졌다. 정부와 한은은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3분기 반등을 자신했지만 실제 3분기 성장률은 0.1%에 그치며 한은 전망치(0.5%)를 크게 밑돌았다. 수출마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충격이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국내 주력 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됐다. 특정 대기업이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는 등 금융시장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 변화를 지켜본 금통위가 이자 부담을 줄여 민간 소비·투자를 회생시켜야 우리 경제의 급락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금리 인하는 어떻게든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고육지책으로 해석되지만 자칫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 폭이 커질 수 있고,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다시 벌어진 점도 걱정 요소다. 겨우 진정세를 찾은 가계 부채와 수도권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를 살리는 동시에 외환·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 모두가 우리 경제가 위기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힘을 한데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