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혼모 지원하되 비혼 출산 장려 안 되도록 경계해야

입력 2024-11-29 01:10

전통적 가족관이 쇠퇴하면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비혼 출산이 늘고 있지만 미혼모 절반 이상이 친부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사회가 비혼 출산을 장려할 일은 아니지만, 혼외로 태어난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양육비 지원책과 돌봄 대책 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최근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 출산을 계기로 비혼 출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 수는 1만900명으로 전체 출생아(23만명) 중 4.7%를 차지한다.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로 출생아 20명 가운데 1명이 혼외자인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양육비이행법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이 양육비를 청구해 실제로 돈을 받은 비율은 44.7%(올해 9월 기준)다. 2021년 38.3%에 비해 늘었지만 아직도 절반 이상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친부가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기는커녕 미혼모가 받은 한부모 가정 지원금을 역으로 빼앗아가는 경우마저 있다니 분통터질 노릇이다.

내년 7월부터는 양육비 채무 불이행 시 국가가 먼저 자녀에게 양육비를 지급하고, 채무자로부터 환수하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도입된다. 하지만 취지대로 친부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양육비를 받아내기는 쉽지 않고 결국 세금으로 충당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지급금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이라 실제 양육비에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정부는 이 제도가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비혼 출산은 생명을 지켰다는 측면에선 존중받을 결정이지만 아이가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성장할 수 있는 권리는 무시됐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자칫 성을 도구화하고 가족 제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미혼모를 지원하되, 동시에 비혼 출산이 장려되지 않게 경계해야 할 것이다.